제21대 대통령선거가 있던 6월 3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 측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오후 7시 광화문역 6번 출구 앞에서 ‘개표방송 시청 집회’를 열었다. 오후 8시가 되자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재명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51.7%, 김문수 후보는 39.3%였다.
무대에 오른 또 다른 목사는 큰 소리로 “이건 틀림없는 부정선거”라며 “우리 부정선거 증거 모아둔 거 있지 않느냐”고 외쳤다. A 목사가 노래와 함께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며 호응을 유도하자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를 따라 불렀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6월 4일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결과를 승복한 김문수 후보를 찾아가 “네가 뭔데 승복해”, “부정선거 불복하라”, “패배 선언 철회하라”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투표 인원 일일이 세고, 유권자 뒷모습 몰래 찍어 채팅방에 공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대선 이후에도 불복 운동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선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전국 단위 조직을 만들어 사전투표 인원을 집계하거나 직접 투표를 참관했다. 대선 이후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부정선거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부정선거 감시단을 자처하는 조직은 크게 두 개다. 하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마을'이고 다른 하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다. 형식적으로는 두 조직이지만 양쪽에 모두 속해있는 회원도 적지 않다.
자유마을의 경우 각 동마다 배치된 회원이 사전투표소 앞에서 직접 투표 인원을 셌다. 기록은 참관인 노트라는 곳에 ‘바를 정’자를 한 획씩 그어가며 했다. 투표가 끝나고 저녁이 되면 각 단톡방에 집계 결과와 표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반대로 부방대 회원들은 직접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감시 활동을 했다. 대선 후보 등록을 한 황 전 총리의 추천을 받아 참관인 자격을 얻은 까닭이다. 5월 30일 투표가 끝나자 창원 부방대 회원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도 집계표와 자신이 찍은 투표함 사진 등이 올라왔다. 집계표 양식은 자유마을 조직원들이 쓰던 것과 유사했다.

또 다른 회원이 “(중국인인지) 긴가민가한 아줌마가 있었는데 얼굴은 못 찍느냐”고 묻자 “얼굴 나온 거 공유하다 당사자에게 걸리면 고소 당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로도 부정선거 의심 정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올라왔지만 유권자 사진을 몰래 찍어 올린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개표 참관인은 개표소 내부에서 개표 과정을 순회·감시하거나 촬영할 수 있다.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시정을 요구할 권한도 있다. 그러나 개표소 내에서 특정 정당·후보자를 지지하는 표현을 하거나 특정 투표용지를 골라 집중 촬영하는 행위, 개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SNS(소셜미디어) 등 외부로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행위 등은 제한된다.

이 채팅방에 올라온 간인 거부 대응 방법에는 “그냥 사인해라. 만약 손괴죄로 고소한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해라”고 쓰여 있었다. 대응 방법을 그대로 따를 경우 생기는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개인이 지는 셈이다.
실제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6월 2일 투표함을 훼손하고 투표소 내에서 소란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부방대 대표 황 전 총리와 회원 등을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발했다.
#“SKT 해킹 사태, 부정선거와 관련 있어”…유튜브로 가짜뉴스 퍼트려

방송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허무맹랑한 주장들이었다. 이들은 “우리 자유마을 회원들이 집계한 걸 봤는데 주민들 숫자보다 투표 수가 훨씬 높게 나왔다. 사전투표는 모두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말이다. 사전투표는 타 지역구에 사는 관외인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또 “고등학생들이 학생증만 가지고 가도 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 학생증으로 투표를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하다. 만 18세 이상 유권자는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장애인등록증, 복지카드, 공무원증, 청소년증, 학생증 등 생년월일과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국가보훈등록증 등 모바일 신분증도 인정하고 있다.
지역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전 목사는 전라도 지역의 사전 투표율이 높은 점을 지적하며 “전라도는 따로 나라를 하나 만들라”고 조롱했다. 이어 “여기서 부정선거가 일어나는 게 확실하다. 우리 자유마을 회원들이 면사무소 앞에 진을 치거나 직접 들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앞뒤가 다른 말을 내놓기도 했다. 방송 초반 “사전투표는 전부 사기다. 투표를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 선거 보이콧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던 전 목사는 방송이 끝날 때쯤 “반드시 본 투표에 많이 참여해서 투표율 90%를 넘겨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점령했다거나 SK텔레콤(SKT) 해킹 사태가 부정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황 전 총리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게시판에 SKT 해킹이 부정선거 위조 신분증을 만들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유심에 들어있는 정보만으로는 위치 추적과 신분증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선 이후 이들은 “이제 카카오톡도 검열을 당할 수 있다”며 또 다른 SNS 플랫폼으로 대화방을 옮겼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