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일각에서는 부진한 지난 1분기 실적이 박상규 전 총괄사장의 사임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손실이 마이너스(-) 44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증권업계 평균 전망치(영업이익 860억 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박상규 전 총괄사장은 5월 7일 1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직원을 대상으로 격려 이메일을 보내면서 경영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동안 SK그룹 차원에서도 박상규 전 총괄사장을 지원사격했다. SK(주)가 가지고 있던 SK E&S를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넘기면서 실적을 밀어준 바 있다. SK E&S는 SK그룹 내에서 알짜 회사로 통한다.
SK E&S의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 3317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6498억 원 수준이다. 같은 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이 5788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K E&S가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SK이노베이션과 종속회사의 경영을 맡기로 한 장용호 총괄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이다. 다만 장용호 총괄사장은 임원 등기를 하지 않았다. 장용호 총괄사장이 미등기임원으로 SK이노베이션과 종속 계열사에 대한 전반적인 경영을 맡지만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률적인 책임은 추형욱 사장이 지는 구조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마진율이 크게 악화한 화학 부문은 파라자일렌(PX)과 올레핀 계열 제품의 시황 악화 영향으로 114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배터리 부문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감소) 영향으로 2993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손실이 2175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사업 수익성 둔화가 이유였다. 삼성증권은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기존 13만 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유가 급락을 감안하면 재고손실 발생에 따른 석유부문 적자 가능성이 높고, 화학도 적자 지속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윤활유 사업이 성수기에 진입하지만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을 상쇄시키기엔 턱없이 역부족이다. E&S 사업도 정기보수 진행으로 이익 기여도 축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자회사의 상장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SK이노베이션이 처리해야 할 계열사 상장은 SK온과 SK엔무브다. 각각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상장을 약속했다. SK온의 경우 늦어도 2028년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상장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FI는 SK온 보유주식을 함께 매각할 수 있다. SK엔무브의 경우 2026년까지 상장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FI는 SK이노베이션이 가지고 있는 SK엔무브 지분에 대해 공동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상장까지는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장 추진 시 중복상장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관사까지 선정해 상장을 추진했던 SK엔무브는 중복상장 논란 후 한국거래소에서 제동을 걸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SK엔무브의 상장 작업이 멈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SK온은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전기차 캐즘으로 좀처럼 실적 개선이 되고 있지 않아서다. 이를 위해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세부적으로 보면 2024년 11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했다. 지난 2월에는 SK엔텀을 흡수합병했다.
하지만 SK온은 지난 1분기 163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315억 원보다는 적자폭을 줄였지만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흡수합병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SK온 실적 개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중복상장 논란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미 SK온이 SK이노베이션의 알짜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흡수합병한 터라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SK온이 상장하면 사실상 3개의 자회사를 무더기로 상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장용호 총괄사장이 SK이노베이션과 종속 회사의 경영을 총괄하고, 추형욱 사장이 SK이노베이션의 경영을 맡게 된다”면서 “법률적인 검토 결과 장용호 총괄사장이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을 총괄해도 문제가 없어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엔무브를 비롯한 이중상장 문제에 대해 "SK엔무브는 기업공개(IPO) 최적방안과 시기에 대해 검토 중이다. 주주보호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옵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