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론칭한 마켓컬리는 2030 여성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채 적자를 이어가면서 시장의 우려를 샀다. 컬리의 비즈니스 구조는 신선식품을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매입 구조이고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물류비용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매출이 증가할수록 함께 증가하는 변동비의 비중이 높아 구조적으로 이익률 개선이 어려운 사업 모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야심차게 시도한 IPO 추진 역시 쉽지 않았다. 컬리는 2018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했지만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2021년 7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을 새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재추진에 나섰으며 2022년에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도 통과했다. 그러나 2023년 1월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과 기업가치 하락 우려로 결국 또 다시 상장을 포기했다.
최근 컬리의 호실적은 전체 취급 물량이 증가하면서 운영 효율화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지속적인 물류망 투자로 인한 비용 부담이 상당했으나 물량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분산 효과와 함께 물류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수익성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3자 물류(3PL)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2022년 3PL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해 지난해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거래액만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다. 다만 컬리 매출 비중의 80~90%는 마켓컬리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컬리는 향후 기존 자사몰뿐만 아니라 네이버에도 입점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매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판매 채널은 네이버지만 물류는 컬리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새벽배송은 그대로다. 구체적인 협업 방식 등과 관련해서는 하반기 노출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업계에서도 컬리에 관련한 부정적인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본업경쟁력에 주력하면서도 적절한 시점에 사업 다각화를 잘 해나가고 있는 듯하다”라며 “쿠팡처럼 장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한 끝에 코어 비즈니스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2021년 프리IPO 당시 4조 원대까지 몸값을 인정받았던 컬리의 장외시장 시가총액은 6000억 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IPO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몸값이 급락했다. 컬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763%로 부채가 자본보다 7배 이상 많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단 한 차례의 흑자만으로는 실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져야 IPO 재추진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성장세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컬리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2020년 122.1% 에서 2021년 63.8%, 2022년 30.4%, 2023년 1.9%로 줄었다. 2024년에는 성장폭이 커졌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5.6%) 수준에 머물렀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풀콜드체인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성장과 고객 기반이 필수인데 지금 상태로는 매우 불안정하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양강 체제에서 각 플랫폼들이 이용자 유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컬리가 네이버 입점을 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광고비 지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과거 G마켓처럼 네이버에 종속되는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쿠팡 등 대형 유통업체가 공격적으로 신선 확장에 나서고 있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40조 원을 넘는 연매출을 올린 쿠팡은 올해 먹거리 경쟁력 강화를 전략적 핵심사업으로 삼고 본격적인 신선식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2월에는 ‘프리미엄 프레시’를 론칭해 고품질 신선식품 판매에 나섰고 산지 직송 시스템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쿠팡은 전국 각지에 위치한 물류센터와 촘촘한 배송망을 활용해 콜드체인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쿠팡은 기존 공산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신선식품을 유통하면서 타사에 비해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있고 AI(인공지능) 기반 수요 예측을 통해 재고 처리 비용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종우 교수는 “공룡 기업이 이래서 무섭다. 이들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이뤄낸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통해 더 대규모로 투자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컬리는 이제 막 이익이 나기 시작한 불안한 상태다”라며 “쿠팡뿐만 아니라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도 엄청나게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있고 네이버도 N배송 통해 신선 취급 물량을 늘리고 있다. 컬리가 빠르게 자리 잡지 못하면 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여러 유통업체에서 신선을 확장하고 있지만 신선만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컬리가 지닌 집중력과 장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브랜드 포지셔닝 면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가 변수다.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내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IPO 시장이 개선된 시점에 IPO 추진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컬리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IPO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는 않다. 저희가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급한 상태가 아니고 또 FI(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었던 우선주로 다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이전보다는 상장 관련 시간 압박이 크지 않은 상태”라며 “품질 면에서 자신 있다. 컬리에서만 보실 수 있는 상품들의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고 향후 해외 판매도 확대하며 성장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