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매각한 현대힘스는 현재 기업가치가 7000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사모펀드가 갖고 있는 지분 53%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면 HD현대그룹이 현대힘스를 되찾기 위해 들여야 하는 돈이 최소 5000억 원대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심지어 제이앤PE는 배당 등으로 이미 투자 원금 이상을 회수한 상태다. 이 때문에 HD현대그룹 내부에서는 당시 매각 결정과 관련한 문책 가능성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HD현대그룹 입장에서 현대힘스를 아예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그동안 현대힘스에 맡겼던 사업을 다른 중견기업에 통째로 옮길 수도 없는 만큼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D현대로 지분 일부 매각이 최선?
제이앤PE는 지난 2월 현대힘스 매각을 공식화했지만, 6월 들어서야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과 NH투자증권이 주관사에 선정됐다. 주관사 선정이 지연된 이유가 바로 인수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HD현대는 현대힘스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지만, 고민 끝에 행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힘스는 선박 블록을 생산하는데, 블록을 수백 개 쌓는 방식으로 선박이 건조된다. 선박 하나를 한꺼번에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조각조각을 따로 만든다고 보면 된다. 즉, 조선업이 호황을 맞으면 현대힘스 또한 자연스레 그 수혜를 누릴 수 있다. 현대힘스는 조선업 초호황을 타고 일부 증권사가 목표주가로 3만 원을 제시할 정도로 영업 환경 자체는 괜찮다.
블록 생산은 단순 작업이긴 하지만, 선박의 구조와 설계 등 중요 정보도 담겨 있다. 이 때문에 HD현대 입장에서 아무 회사에나 팔리게 내버려둘 수 없다. 한화오션이나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는 물론, 되도록이면 해외 사모펀드에도 팔리지 않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한화오션이나 삼성중공업은 HD현대 측이 지분 20%를 보유한 현대힘스에 블록 제작을 맡길 수 없다.

현대힘스는 지난해 1월 상장 당시 한국거래소에 지분을 블록딜(대량 매매)로 처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거래소는 사모펀드 대주주가 주식을 장내에서 지속적으로 팔면 다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이 같은 조건을 요구한 것인데, 실제로 이 때문에 제이앤PE는 투자금 회수 전략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분가치가 올라간 상태인데도 통매각밖에 실행할 수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제이앤PE가 HD현대 측에 지분 20% 안팎만 매각해 2대 주주로 내려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HD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그만큼 적은 자금을 들여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고, 제이앤PE는 일단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추후 남은 지분 처분 방안을 고민하면 된다는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제이앤PE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HD현대의 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다”면서 “최고가 매각만을 고집한다면, HD현대와 다음 딜은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힘스 M&A가 주목을 받는 다른 이유
현대힘스 딜에 IB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비슷한 상황의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가 너무 올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경우다.
방산업체 엠앤씨솔루션도 이런 사례다. 엠앤씨솔루션은 두산의 한 사업 부문이었으나 2020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물적분할했다. 이듬해 소시어스PE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4530억 원에 인수했고, 두 사모펀드는 2023년 엠앤씨솔루션을 방산 부품 사업체와 건설기계용 유압기기 사업체로 분리한 뒤 유압기기 사업체인 모트롤을 지난해 두산그룹에 2421억 원에 재매각했다. 두 사모펀드는 투자 원금의 80%인 3831억 원을 이미 회수했는데, 상장사인 엠앤씨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치솟고 있어 고민 중이다.
엠앤씨솔루션 시가총액이 1조 5000억 원에 육박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1조 1000억 원을 회수할 수 있다. 엠앤씨솔루션은 방산업체라 해외 매각이 불가능하고, 국내 대기업이나 또 다른 사모펀드가 인수 후보로 나설 수밖에 없다.
IB업계에서는 엠앤씨솔루션 최대주주인 소시어스PE가 두산그룹과 윈윈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소시어스PE는 산업은행 출신인 이병국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다. 산은 출신이다 보니 대기업 구조조정 딜을 꿰찰 때가 많다. 두산그룹으로부터 엠앤씨솔루션을 인수했고, 한화엔진(옛 두산엔진)도 인화정공과 인수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산은과 쌓은 신뢰 덕분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도 사들일 수 있었다.
사모펀드가 잠재 인수 후보자들로부터 최고가를 이끌어내려다가 딜 성사가 지연되고, 이 때문에 끝내 실패한 투자가 된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의 2021년 한온시스템 매각 시도가 이런 사례라고 꼽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전신이 한라그룹의 한라공조인데, 2021년 당시 한라그룹은 한온시스템을 되찾는 데 관심은 있었으나 한앤컴퍼니가 너무 높은 가격을 불러 인수전에 뛰어들 수 없었다.
한라그룹은 물론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던 LG전자 등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2021년 한온시스템 주가가 2만 원까지 치솟자 한앤컴퍼니가 이를 기반으로 매각가를 잡으려 하다가 딜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한앤컴퍼니는 원금 회수에 그치는 수준으로 한온시스템을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에 팔아야 했다. 현재 한온시스템 주가는 2000원 선에 그친다.
HD현대 측은 “현대힘스 인수 추진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