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층 건강해진 모습으로 기자와 인사를 나눈 김하성과의 인터뷰를 정리한다.
―오랜만이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몸 상태는 좋다. 아직 완전한 100%는 아니지만 (재활이) 거의 끝나가는 듯해 나름 만족하고 있다.”
―탬파베이 구단에서 6월 중순 정도에 빅리그 복귀를 예상했다가 갑작스런 햄스트링 통증으로 재활 경기를 중단했는데 당시 상황이 어떠했나.
“어깨 수술하고 재활하면서 러닝을 많이 했지만 시합 때 뛰는 것과 훈련할 때 뛰는 것은 차이가 있다. 더욱이 경기 할 때 스파이크를 신고 뛰다 보니 살짝 통증을 느꼈다. 큰 부상은 아니었다. 구단에서 조금 보수적으로 선수 관리를 해준 면이 있다. 사실 구단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나를 빨리 빅리그로 올려 활용하고 싶지 않겠나. 그럼에도 구단은 절대 무리시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구단에, 또 나의 에이전트에게 깊은 감사를 느낀다.”
―빅리그 복귀를 앞둔 상태에서 다시 재활을 해야 하는 게 쉽지 만은 않았을 텐데.
“더럼 불스에 있다가 재활을 위해 플로리다로 돌아가 구단 사장과 미팅을 가졌다. 그때 사장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우리는 지금의 성적보다 너의 야구 커리어가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그래서 절대 무리해서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때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 내 야구 커리어를 존중하고 지켜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분의 말씀이 큰 울림을 줬다. 그래서 별다른 걱정이 안 됐다. 두 발 더 가기 위해 한 발 정도 멈췄다 가는 거라고 받아들였다.”
―4월 26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 선수단과 동행해 오랜만에 펫코파크를 방문했다. 샌디에이고 선수들, 팬들을 만난 터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그때 샌디에이고 가기 전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어깨 수술을 해준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복귀 일정이 조금 더 늦춰질 것 같아서 살짝 의기소침한 상태였는데 펫코파크에서 옛 동료들을 만나고 경기 전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고마웠다. 4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선수들과 그동안 함께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진짜 몸을 사리지 않고 모든 걸 쏟아부었던 야구장이었고, 힘든 시간들도 많았던 터라 펫코파크가 주는 감흥이 꽤 컸다. 처음 야구장 도착 후 원정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거기가 아니라 홈 팀 클럽하우스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어색하더라.”

김하성은 어깨 부상을 털어내고 5월 27일 더럼 불스 소속으로 재활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이날 2타수 2안타 1사구 1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실전 경기에서 나선 김하성이 세 차례 모두 출루에 성공하며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보였다.
―처음에는 지명타자로 재활 경기에 나서다 이후 2루수, 유격수로 포지션 변경을 이뤘다. 이 또한 계획된 포지션 이동이었나.
“탬파베이와 계약할 때 약속한 포지션이 유격수다. 즉 빅리그에 복귀한다면 유격수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유격수로 계속 경기에 나서고 있다. 만약 유틸리티를 맡았다면 빅리그 복귀가 조금 더 빨리 이뤄졌을 것이다. 아니 지금 빅리그에서 뛰고 있을 수도 있다. 구단에서는 유격수로 남은 시즌을 소화하길 바라기 때문에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됐을 때 올릴 생각이다. 송구할 때 구속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지금은 거의 다 됐다고 본다. 끝이 보인다.”
―그렇다면 곧 빅리그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말인가.
“정확한 날짜는 구단의 플랜이 있는 터라 언제라고 단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이대로 잘 진행된다면 이번 주 안에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본다.”
―재활 경기지만 오랜만에 실전 경기 타석에 들어섰을 때 투수의 공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나.
“거의 10개월 만에 타석에서 97마일 이상의 공을 보니 처음에는 힘들었다.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형성하는 게 중요했는데 지금은 그게 좀 잡혔다. 재활 경기라 경기 결과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타석에서의 움직임에 더 중점을 뒀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부상을 걱정하면 도루나 주루플레이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지 않나.
“처음에는 그런 점이 있었다. 그래서 출루 후 리드도 안하고, 슬라이딩도 피했다. 지금은 빅리그에서 경기를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었기 때문에 도루, 슬라이딩도 과감히 시도한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재활 경기 출전 때문이지만 빅리그에만 있다가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게 어떤지 궁금하다.
“마이너리그라고 해서 ‘눈물 젖은 빵’ 운운은 옛날이야기고 지금은 모든 환경이 좋다. 그라운드 상태도 한국 야구장보다 훨씬 좋다. 잔디도 관리가 잘돼 있고, 웬만하면 빅리그 구장 정도다. 이동하는 것만 제외하고는 불편한 점이 없다.”
―원정 경기 때 비행기로 이동하나.
“7~8시간은 버스로 이동한다. 나도 경험상 한 번 버스로 이동한 적이 있었다.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비행기로 이동할 때 한 번은 경유를 한 적이 있었다. 논스톱으로는 짧은 거리인데 경유를 하니 정말 오래 걸렸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빅리그 콜업 후 기를 쓰고 야구하는 게 이해됐다.”
김하성이 받은 어깨 수술은 야구 선수한테 엄청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그는 “고난도의 수술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보니 재활 과정이 순조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부상을 입고 수술 후 지금까지 거의 1년을 재활에 매달렸다면서 정신적인 어려움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정신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느낀 건가.
“어느 날은 괜찮았다가 다음 날은 막 화가 나고, 제정신이 아닌 듯한 상태가 되면서 여러 차례 고비가 많았다. 미국에 있다 보니 외로움이 컸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 또한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친 김하성은 그날 더럼 불스 소속으로 멤피스 레드버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와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홈경기에 2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5 대 6 대승을 이끌었다. 김하성이 재활 경기에서 3안타 2볼넷으로 다섯 차례나 출루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빅리그 복귀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걸 경기 결과로 증명한 셈이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더럼 날씨가 40도 가까이 오르는 등 엄청난 무더위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는데 김하성은 교체 없이 끝까지 경기에 나섰다.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까지 마친 김하성은 다소 지친 모습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인사를 남겼다.
“빅리그 복귀가 조금 늦어져서 걱정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제 곧 복귀를 앞두고 있다. 오래 기다려준 만큼 더 좋은 모습으로 열심히 뛰겠다. 항상 감사드린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