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억 원을 투자해 순자산 3조 9000억 원의 회사를 품을 수 있는 만큼, 단순계산하면 인수와 동시에 3조 원가량의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한다. 지금 당장 회계적으로 자본 보강이 필요한 회사들이 인수 후보로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마트, 그리고 급식업체 아워홈을 ‘비싼 값’에 매수한 한화갤러리아가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최대 3조원 염가매수차익 발생하지만…
처음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법정관리) 국면에 진입할 때만 해도 홈플러스 매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가 나온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사를 하면 껍데기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란 가혹한 평가가 많았는데, 조사 결과 자산이 6조 8000억 원, 부채가 2조 9000억 원으로 우려보다는 건실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이자율이 연 10%대인 만큼 부채의 질은 좋지 않지만, 리파이낸싱(재대출)이 성공한다면 자생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잠재 인수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손사래 치는 기업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마트는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혀 관심 없다. 인수 후보자로도 거론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와 쿠팡, 네이버 등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기업들 또한 “전혀 관심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수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있어 문의했다가 평생 출입을 거부당할 뻔했다”면서 “정권 초라는 분위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기업이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관심 없다고 할 때는 몸값을 낮추기 위함일 때도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그 같은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업계에선 지적한다. 실제로 실무단에서는 인수를 고려할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첫 번째, 기업들은 삼일회계법인의 홈플러스 자산가치 분석을 100% 신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 부동산 가치를 분석할 때 인근 지역 부동산의 경매 낙찰률까지 꼼꼼히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낙찰률이 50%라면, 담보가치를 절반으로 싹둑 잘랐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홈플러스 부동산 가치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홈플러스 인근 부동산 가치가 홈플러스 존재 때문에 껑충 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인근에 홈플러스가 있어 부동산 가치가 높게 잡힌 것인데, 그 가치를 고스란히 믿고 투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수 이후 폐점 전략도 적극적으로 펴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인수하든, 유통업체가 인수하든 일부는 폐점 후 개발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부동산 가치 하향 조정은 확실하고, 무엇보다 폐점을 하면 지자체로부터 용도 변경 허가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힘든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로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강성 이미지가 꼽힌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매장 입지가 상당 부분 겹친다. 만약 인수한다면 부동산은 물론이고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오랜 기간 부딪히며 전투력을 길러온 홈플러스 노조와 맞닥뜨리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싸게 잘 사서 회사를 키울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직원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작업인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유통 대기업은 오너가 셀럽의 역할도 하고 있어, 덜컥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할까 봐 마음 졸이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내심 상황이 불편한 메리츠
티몬과 오아시스가 0.7%에 불과한 변제율을 제시하고 채권자들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중소상공인·소비자 채권자 동의율 43.5%) 오아시스로 매각이 확정되면서 내심 상황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곳은 메리츠다. 메리츠는 메리츠화재·증권·캐피탈을 합쳐 1조 2000억 원이나 홈플러스에 빌려줬다. 이자율은 연 8~14% 수준이다.

일각의 기대처럼 김병주 회장이 1조 원가량을 사재 출연했다면, 홈플러스 정상화는 훨씬 수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도 큰 부담을 덜 수 있다.
메리츠 입장에서는 확실한 부동산 담보를 쥐고 있다. 홈플러스가 우리은행 신탁을 통해 신탁계약 수익증권을 메리츠에 담보로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메리츠는 원칙적으로 지금이라도 담보를 처분할 수 있다. 결국 메리츠는 향후 작성될 회생계획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담보물을 처분하는 수밖에 없는데, 여론도 문제거니와 티몬 사례를 보면 법원이 고용 유지를 목적으로 메리츠 측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는 원금과 이자 전액 회수는 물론, 연체이자금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나 어느 정도는 눈높이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
메리츠와 홈플러스가 강대강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중재로 어느 정도의 인력 구조조정은 가능하게끔 노조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업계에서는 강조한다. 현재 홈플러스 임직원은 1만 9000여 명으로, 업계 1위이자 매출이 4~5배 차이나는 이마트(2만 2000여 명)와 큰 차이가 없다.
IB업계에 따르면 M&A 과정에서 노조의 힘을 줄이는 내용을 합의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다만 그만큼 임직원들이 퇴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퇴로는 열어줘야 한다는 평가다. 김병주 회장이 희망퇴직에 따른 퇴사 위로금이라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노동계 일각에서는 제기된 바 있다.
메리츠 측은 “대주주로서 홈플러스의 책임 있는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던 올랐던 한화와 이마트 측은 인수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