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5일 오후 6시 30분경, 저녁 장보기 시간대임에도 홈플러스 잠실점 매장은 한산했다. 지하 5층부터 지상 5층까지 이어진 10층짜리 건물의 1층 음식점에는 매장당 2~3팀의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하 1층 잡화 매장에는 6~7명가량의 손님만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신선식품 매장 쪽이 상대적으로 북적였지만, 5개 계산대 중 직원이 근무 중인 곳은 2곳뿐이었다. 카운터 앞에는 대기 줄이 없었고, 셀프 계산대 4대 역시 10분에 한 번꼴로 1~2명 이용할 뿐 대부분 비어 있었다.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10월에 폐점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많이 줄어 스트레스다. 잡화 코너도 그렇고 신선식품 코너까지도 사람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신선 매장 쪽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원래 회생 전에도 평일에 손님이 많은 지점은 아니었다. 주말에 좀 더 손님이 많다”고 설명했다.
잠실점은 최근 떠도는 ‘폐점 리스트’에 올랐다. 잠실점에서 식음료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입점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폐점 위기에 놓였다. 저희는 보증금을 내고 물건을 대기 위해 돈을 모으고 대출까지 받아서 들어오는데 폐점하면 다 날려야 한다”라며 “벌써 억 단위의 손해가 예상된다.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저희가 원상복구 비용까지 대야 한다고 한다. 이 부분 비용 부담과 관련해 상의가 필요한데 홈플러스 쪽에서는 모르겠다고 하니까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폐점 리스트에 오른 홈플러스 일산점 역시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1층에 입점한 롯데리아와 텀브커피 등은 매장을 닫고 나갔다. 회생신청 전후로 4층 어썸커피 등도 다 영업을 종료하고 나가면서 수선 매장 외에는 문 열린 곳을 찾기 어려웠다. 신선 매장에는 매대 하단마다 대부분 ‘1+1 행사상품’이거나 ‘강력 특가’라고 써진 노란색 띠지가 붙어 있었다. 일산점 연면적은 5만 205.86㎡(약 1만 5000평)에 달한다.

일산점에 근무 중인 다른 점주는 “회생 신청 이후 매출은 10~20% 빠졌다. 화장품 매장도 나가고 매장들이 줄어드니까 손님들이 더 안 오는 것 같다”라며 “저희는 꾸준히 임대료 내고 있는데 임대료 절대 안 줄여준다. 보상이라도 해주면 나가겠는데 안 그러면 투자금 다 날려야 한다. 폐업하면 대출금도 일시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버티면서 이자만 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가양점 한 점주는 “지하에 있는 치과나 미용실, 네일숍 이런 곳들은 회원권 끊고 이용하시는 고객님들 발길이 뚝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을 닫고 나가시는 경우가 생기니까 애써 버티는 다른 점주님들도 흔들린다”면서 “만약 폐점을 할 거면 미리 말해주면 준비라도 할 텐데 아무 말이 없어서 갑자기 문을 닫는 일이 생길까봐 무섭다. 출근했는데 문에 ‘폐점’이라고 써져 있는 악몽에 밤마다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기업 도산법 전문인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변호사는 “보증금 내에서 일정 부분 상계나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원상복구 비용이나 폐점에 따른 손해가 보증금 범위를 초과할 경우 점주가 직접 사재를 추가 투입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점주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회생 절차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로, 과거 티몬 사례처럼 회생채권 변제율이 1% 미만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라며 “결국 점주 입장에서는 매장을 유지하면서 영업을 지속하거나, 인수합병(M&A)이 성사돼 점포가 계속 운영되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임대료와 계약 조건에 대한 조정을 요청하며 건물 소유주들과 협상을 벌였다. 현재 27개 점포에서는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홈플러스 측은 알려진 폐점 리스트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 리스트가 모두 사실은 아니다. 채무자 회생법상 해지권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저희가 기한 내 계약 해지 통보를 한 것이고, 현재 임대인들과 임대료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다. 아직 영업 종료를 공식 발표한 점포는 없다”며 “현재 계약 해지 통보가 나간 점포는 총 27곳이고 현재 이 가운데 7개 점포는 계약 조건이 긍정적으로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해당 점포가 어디인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있다. 회생기업을 매각하기 전 먼저 인수자를 내정하고 경쟁입찰로 좋은 조건을 제시할 다른 인수자를 찾는 M&A 방식이다.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잠재적 인수 후보군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점이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계속기업가치, 즉 홈플러스가 향후 10년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일 잉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2조 5000억 원이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이 많아 청산가치가 3조 7000억 원으로 1조 2000억 원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나은 상황인데 누가 우선협상을 누가 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차라리 청산으로 점포들을 부분 매각할 때 알짜 점포를 매수하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통매각할 때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 또한 “아무리 청산가치 대비 저렴하다고 해도 조 단위 인수 대금을 감수할 매수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MBK도 손을 털었는데 사모펀드가 들어올 것 같지도 않다”라며 “대형마트가 업력을 살리려면 매입물량을 늘려 매입단가를 떨어뜨려야 마진을 남기기 쉬워지고 고객한테도 저렴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홈플러스는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대형 점포 매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유통 경쟁력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청산하면 직영 직원만 2만 명, 외주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총 10만 명의 생계가 끝난다. 1개 점포가 사라지면 주변 상권까지 죽기 때문에 사회적 파급력도 상당하다”며 “이들의 고용보험까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된다. 정부가 나서서 MBK 측이 추가 투자를 통해 계속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의 홈플러스 관계자는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에 만약 매수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청산하게 될 것으로 본다. 다만 홈플러스가 가진 가능성을 감안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인가 전 M&A를 승인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