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도전> |
유재석은 올해 잦은 부침을 겪었다. 물론 자의가 아닌 주위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였다. 방송사의 장기 파업 탓에 출연 프로그램이 중단됐고, 8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인기 프로그램은 예고 없이 폐지됐다. 강호동의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세금 문제에 휘말리면서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1년여 만에 방송으로 돌아왔지만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예전만 못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유재석·강호동의 독주에 도전하는 새로운 스타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2년 KBS 예능대상에서 10년 만에 대상을 차지한 신동엽은 화려한 부활을 알렸고,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배출한 김준현, 신보라 등의 상승세도 무섭다.
유재석에게 2012년은 시련의 해였다. MBC가 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자신이 맡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방송을 7개월 동안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은 파업 도중에도 자주 방송사 측과 맞서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으로 거론됐다. 그 과정에서 <무한도전>의 리더인 유재석의 이름 역시 파업과 맞물려 자주 오르내렸다. 방송 외적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신중한 행보를 걷는 유재석으로서는 반가울 수 없었던 상황이다.
MBC에서 유재석의 입지는 파업이 끝난 이후에는 더욱 힘겨워지는 모양새다. 유재석이 진행을 맡아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으며 8년간 방송을 이어온 <놀러와>가 예고도 없이 폐지되면서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도 당황했기 때문. 그동안 방송가에서 유재석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놀러와> 폐지는 뜻밖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놀러와> 폐지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유재석은 다른 방송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성적도 저조한 편이다. KBS 2TV <해피투게더3>의 시청률은 8~9%를 유지하며 답보상태에 빠졌다. 유재석은 SBS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런닝맨’으로 체면을 지킨 상태. ‘런닝맨’은 10% 후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런닝맨’은 <해피투게더3>이나 <무한도전>과 비교해 유재석 의존도가 다소 낮은 편이다.
물론 여전히 유재석을 능가할 만한 진행자를 찾기는 어렵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입장. 실제로 한국갤럽이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2년을 빛낸 개그맨’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유재석은 38.7%로 1위에 올랐다. 2위인 김준현과도 10.1%포인트의 차이가 났다.
이 결과를 뒤집어 보면 유재석의 입지는 한편으론 긍정적이지 않다. 2위부터 5위까지 김준현 김병만 이수근 신보라 등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점이 눈에 띈다. 이 가운데 김병만과 이수근은 유재석의 자리를 넘보는 경쟁자로 오랫동안 거론돼 온 신진 세력들이다. 올해 김병만은 SBS <정글의 법칙>을 성공시키며 단독 진행자로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수근 역시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시즌2를 사실상 이끌면서 실력을 다시 인정받았다.
▲ <스타킹> |
강호동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1년간의 방송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며 입지가 점차 희미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강호동의 순위는 8위에 그쳤다. 공백을 감안하더라도, 몇 년 동안 방송사 예능 대상을 독식해온 스타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순위다.
강호동은 방송으로 돌아오면서 앞서 그가 진행해온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강호동이 방송 복귀작으로 택한 SBS <스타킹>은 11~12%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강호동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았던 MBC <무릎팍 도사>는 5~6%의 시청률에 그친 상태. 복귀하면서 기존 프로그램의 진행에 다시 합류한 건 강호동으로서는 ‘프로그램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하는 이유가 됐다. ‘강호동 컴백 효과’를 기대했던 방송사들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호동이 다시 ‘시청률 킹’으로서 막강한 힘을 과시할지는 1월에 신설되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에 달렸다. 토크쇼 형식으로 알려진 강호동의 새 프로그램은 화요일 밤 11시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 프로그램이 토크쇼 형식이 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강호동이 이미 진행 중인 <무릎팍 도사>와 상당 부분 겹치지 않을까를 두고 우려를 낳고 있다. KBS 측은 “토크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기존의 <무릎팍 도사>가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토크쇼 내용으로 기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현재 방송하고 있는 프로그램들과는 유사한 점이 없는 신선한 형식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6~7년 동안 방송3사 예능 대상을 번갈아가며 싹쓸이해왔다. 출연료 역시 편당 많게는 1000만 원에서 적게는 700만~800만 원을 받는 톱스타들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유강 독주’가 과연 언제 깨질지 궁금해 하면서도 ‘시청률 효과’를 생각해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두 명의 진행자에게만 의존해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SBS의 한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는 “유재석 강호동의 능력을 따라갈 진행자가 거의 없다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라면서도 “너무 오랜 기간 특정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을 지배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내부에서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시청자에게도 신선한 프로그램을 전달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