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광 창업주는 2012년 1월 에어인천을 창업했다. 에어인천은 2013년 5월 국내 최초의 국제 항공화물 전용 항공사로 사업 면허를 받았다. 에어인천은 일본과 러시아 등 단거리 노선의 소규모 항공화물운송시장을 공략했다. 장거리 대규모 항공화물운송시장에 진출한 대형 항공사와는 달리 틈새시장을 노렸다. 박 창업주가 러시아에서 항공사 여객, 화물 등 업무를 맡는 총판 사업을 벌인 경험이 바탕이 됐다. 에어인천 매출을 2016년 179억 원에서 2022년 1079억 원으로 높인 박 창업주는 2022년 11월 지분 88.9% 중 경영권 지분인 51%를 소시어스에 735억 원에 매각했다. 창업 후부터 맡은 대표 자리도 2022년 12월에 내려놨다.
박용광 창업주와 소시어스·에어인천 사이에 처음 갈등이 생긴 건 경영권 지분을 매각한 지 불과 1년이 지난 2023년 11월이다. 당시 에어인천 이사회는 1주당 1만 원으로 신주 210만 주를 발행하는 210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결의했다. 유상증자에 박 창업주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2023년 12월 신주 179만 1000주가 발행됐다. 박 창업주 지분은 48.3%에서 19.4%로 떨어졌고, 소시어스 측 지분은 51%에서 80.3%로 높아졌다.
박용광 창업주는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입장을 소시어스 측에 꾸준히 피력했다고 주장했다. 에어인천은 2022년 19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소시어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인 2023년엔 15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박 창업주는 “회사 경영을 잘못해 놓고 주주에게 공동으로 책임지라는 방식은 내키지 않았다”며 “유상증자 대신 양측이 공동으로 에어인천에 차입해주는 방식을 논의까지 했으나 유상증자가 강행됐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안은 급기야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2024년 11월 에어인천이 소시어스 측 인사 3명을 이사회에 선임하려고 하자, 박 창업주는 소시어스 측과 에어인천을 상대로 법원에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박 창업주는 본인과 소시어스가 맺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본인과 소시어스 측이 48.3%와 51%의 지분율을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원은 소시어스와 박 창업주 간 별도 합의에 따라 주주 간 계약이 효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며 박 창업주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관련기사 [단독] ‘아시아나 화물’ 날개 달았는데…에어인천 창업주와 현 최대주주 소송전).

앞서 올해 2월 에어인천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에어인천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할합병계약 승인 안건을 다뤘다. 주주 전원 동의로 의결된 제1호 의안 제8호에는 ‘분할합병으로 당사의 자본금은 변동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합병 계약에 반대하는 주주에 대한 에어인천의 주식매수청구권 매수 가액은 1주당 1원이었다.
하지만 82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자본금 변동이 생겼다는 것이 박용광 창업주 측 주장이다. 박 창업주 측 변호사는 “에어인천으로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이전과 에어인천의 합병교부금 지급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임시주총에서 명시된 내용은 합병교부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에어인천의 자본금 변동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창업주가 분할합병 계약에 동의했던 이유”라며 “상법은 분할합병으로 회사 주주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엔 주주 전원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라고 말했다. 에어인천 측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할합병에 따른 자본금 변동과 분할교부금 마련을 위한 자본금 변동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동귀어진 심정으로 임할 것”
박용광 창업주가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해 1590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박 창업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소시어스 측이 전액 참여하면, 소시어스 측 지분율은 99% 이상으로 대폭 증가하는 반면 박 창업주 지분율은 0.41%로 희석된다. 박 창업주는 2022년 소시어스에 경영권을 매각할 당시 주식 가치를 1주당 20만 163원으로 평가받았다. 당시와 같은 기준으로 산정하면 박 창업주가 현재 보유한 주식 가치는 696억 원 정도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박 창업주의 주식 가치는 휴지 조각이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물론 (창업주가)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면 되는 일이다. 이사회 안건 결의 과정에서 제대로 따져 묻지 않은 (창업주의) 책임도 있다. 다만 창업주가 고의로 기망 당했다고 느낀다면 사모펀드 운용사도 도의적인 책임은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다른 회사의 창업주들도 사모펀드를 믿지 않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국내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주가) 본인 지분에 대해 프리미엄을 얹어 보상을 받길 원하는 상태 같다”며 “물밑에서라도 사모펀드 운용사와 창업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은 모양”이라고 내다봤다.

한동안 박용광 창업주와 소시어스·에어인천 사이의 잡음은 이어질 전망이다. 박 창업주는 지난 5월 에어인천을 상대로 2월에 있었던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같은 달 박 창업주는 소시어스와 에어인천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장에서 박 창업주 측은 소시어스와 에어인천이 주주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박 창업주는 에어인천 기타비상무이사직에서도 해임됐다.
박용광 창업주는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창업주는 ‘동귀어진(함께 죽을 각오로 상대방에게 덤벼드는 것)’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7월 8일에 다시 만난 박 창업주는 “창업한 회사가 성장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었다. 창업한 회사에 대한 내 노력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지분을 다 팔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인천 관계자는 “소송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