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과 화물기사업 분할합병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나는 6월 10일까지 에어인천에 아시아나 화물기사업부의 물적, 인적 이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통합 에어인천이 제때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아시아나 조종사노동조합이 전적 효력정지 가처분 및 명령 금지 소송을 준비하면서 출범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화주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아시아나 복지 보장 불확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과 화물기사업 분할합병 계약을 맺었다. 에어인천 화물기. 사진=에어인천 제공지난 2월 25일 아시아나는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에어인천과의 화물기사업 분할합병 계약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앞서 1월 16일 아시아나는 에어인천과 화물기사업 분할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에 대한 유럽 집행위원회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성사됐다. 에어인천이 6월 10일 계약 교부금(매각대금) 4700억 원을 지급하면 거래가 종결된다.
에어인천은 7월 1일 출범을 목표로 아시아나 화물기사업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한창이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로부터 화물기 11대, 약 800명의 임직원 등과 함께 아시아나가 화물기사업을 위해 영위하던 해외지사들을 그대로 이관받는다. 현재 에어인천은 해외지사의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가 운항해온 미국, 유럽 노선으로 영업망을 확장하기 위해 해외 항공 당국에서 인허가 절차도 밟고 있다. 기존에 에어인천은 중국, 베트남 등 단거리 노선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출범을 앞두고 난기류를 만났다. 아시아나 조종사들이 에어인천 전적에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 조종사 중 에어인천 이동 대상 조종사는 250명, 조종사노조 소속 조종사는 205명 정도다. 3월 4일 에어인천 이동 대상 조종사노조 소속 조종사 절반 이상이 ‘개인의 동의 없는 전적은 반대한다’라는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최소한 현재의 복지나 처우가 유지가 된다는 점을 명문화해 보여주지 않았다”며 “화물 항공사인 에어인천은 SUBLO(Subject to load, 사전에 확약되지 않고 남는 좌석이 있을 때 탑승할 수 있는 제도)나 NOSUBLO(No Subject To Load, 확약을 하고 탑승할 수 있는 제도) 등 항공사 직원 복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대한항공 등에서 이러한 복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확약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의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전적 반대는 아니다. 다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것 같아 가능한 한 빠르게 전적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전적 명령 금지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본급도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에 잔류하는 직원들은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완료되는 2년 뒤에는 대한항공 수준의 기본급을 받을 수 있다. 에어인천 이동 대상 조종사들은 기본급 문제는 향후 에어인천으로 넘어간 이후 에어인천 최대주주인 소시어스PE 측과 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점유율 하락 불가피…화주사 신뢰 확보가 관건
아시아나 화물기사업부 매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에 대한 유럽 집행위원회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성사됐다. 사진=연합뉴스에어인천은 아시아나로부터 보잉 747 화물기 10대와 보잉 767 화물기 1대를 이관받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대 중 1994년 10월 이전에 제작된 화물기는 3대, 1994년 10월~1995년 9월에 제작된 화물기는 4대다. 기령이 30년 안팎의 화물기가 7대다. 30년이 넘었다고 해서 무조건 항공기 퇴역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비용을 들여 교체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에어인천이 항공 화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국토부 항공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사 중 국제선 화물 시장 점유율은 에어인천(3만 9929톤)과 아시아나(78만 2543톤)가 합쳐 29.03%였다. 대한항공(160만 4858톤, 56.65%)에 이은 2위다. 하지만 아시아나 벨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는 에어인천으로 이관되지 않는다. 때문에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화물사업 고객인 화주사와의 네트워크 구축도 과제다. 아시아나 기존 화주들은 별다른 이의가 없으면 에어인천과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장 이탈할 가능성은 낮지만 화주들에게 앞으로 통합 에어인천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이에 대해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오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화주들과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항공화물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인천은 인수 대상에서 빠졌던 격납고(항공기를 넣어두고 정비와 점검을 하는 시설)를 아시아나로부터 장기 임대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와의 협력도 기대되는 요소다. 현대글로비스는 에어인천의 아시아나 화물기사업부 인수전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에어인천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이와 관련, 에어인천 관계자는 “아시아나로부터 해외 화주나 지점을 이관받기 때문에 네트워킹 능력도 그대로 달려온다고 보면 된다. 2026년 말부터 노후화된 항공기를 바꿔 가는 계획을 하고 있다”며 “조종사 전적 문제의 경우 아시아나 내부적으로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 같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물적분할에 따른 근로관계 포괄 승계로 이관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어인천 창업주, 항공기 리스사업 위해 홍콩 향한 까닭
박용광 에어인천 창업주가 항공기 리스(임대)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전문 항공기 리스사를 설립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홍콩으로 향했다.
박용광 에어인천 창업주(사진)가 항공기 리스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에 전문 항공기 리스사를 설립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홍콩으로 향했다. 사진=김명선 기자항공기는 고가라 항공사들은 리스 방식으로 항공기를 빌려서 쓴다. 항공기 리스사업은 크게 운용리스와 금융리스로 나뉜다. 운용리스는 항공사가 매달 임차료를 내면서 항공기를 사용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반납하는 방식이다. 금융리스는 항공사가 계약 기간 동안 일정 비용을 내고 계약이 끝나면 항공사가 항공기 소유권을 가진다.
박용광 창업주의 항공기 리스사업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다. 2023년 한국에 설립한 노스이스트에비에이션캐피탈(NE캐피탈·옛 와이케이에비에이션서비스)을 통해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여신전문금융법상 시설대여업(리스업)과 할부금융업 등록을 마쳤다. NE캐피탈은 지난해 10월 홍콩 금융사와 홍콩에 조인트벤처(JV)인 ‘에어비전(AerVision)’을 세웠다. 에어비전을 통해 항공기 리스사업을 펼친다.
박용광 창업주는 글로벌과 국내 항공사들을 상대로 항공기 임대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2월 말 에어비전은 8년 정도의 임대 계약이 붙어있는 항공기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항공기를 매입할 때 NE캐피탈이 절반 정도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하거나 기관 전용 인하우스 사모펀드(PEF)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NE캐피탈을 통해 국내에서 엔진과 지상조업장비 리스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지난 2월 26일 서울 강서구 NE캐피탈 사무실에서 만난 박용광 창업주는 “새 항공기가 아닌, 10~12년 정도 사용되고 난 이후의 항공기 임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리스 시장은 상위 업체들이 포식해왔다. 2018년 상위 7개 리스업체가 보유한 항공기는 가치 기준으로 전체 리스 항공기의 50%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1년엔 글로벌 최대 항공기 리스사인 에어캡(Aercap)이 지카스(GECAS)를 인수하는 등 상위 리스사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중소 리스사들도 많다.
다만 한국에 전문리스사를 설립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통상 조세 회피처인 홍콩과 싱가포르, 아일랜드 더블린에 항공기 리스회사의 SPC(특수목적법인)이 설립되는 경우가 많다. 항공기 리스회사에 특별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국내에서 항공기 전문리스사는 2016년 IMM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해 설립한 크리안자에비에이션(CrianzaAviation)이 있지만 사실상 국내기업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 한국교통연구원은 2023년 발간한 ‘항공산업의 재정적 지원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국내에 리스사가 설립되면 국내 항공사가 원하는 기종 확보를 도울 수 있다. 항공기 리스산업을 통한 관련된 다른 산업들로 높은 파급효과가 있다”며 “다만 해외 국가들의 발달된 항공기 금융 관련 조세제도, 사법제도, 기타 리스사들이 받는 혜택들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은 국내적으로 처해있는 현실도 매우 다르고 국내 항공금융분야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에도 택스리스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