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시즌의 류현진은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였고, 김광현은 그해 17승 7패 평균자책점 2.37로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던 시즌이었다. 즉 각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KBO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의 맞대결 무산은 야구팬들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6월 말 한화의 인천 SSG전에서 내전근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과 김광현의 로테이션 날짜가 겹치는 듯 했지만 당시 어깨가 좋지 않았던 김광현이 추가 휴식을 받으면서 맞대결이 다시 연기된 바 있다.
5년 전인 2020년 3월, 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의 메이저리그(MLB) 8년 차 류현진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MLB ‘루키’ 김광현이 미국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 류현진의 집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MLB 스프링캠프 훈련이 중단된 상태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가다 류현진이 자신의 집으로 김광현을 초대하면서 플로리다 회동이 성사됐다. 김광현은 미국 생활 초반이라 한식에 대한 그리움이 컸는데 류현진 아내 배지현 씨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저녁 식사를 통해 모처럼 제대로 된 ‘집밥’을 맛볼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는 원투펀치로, KBO리그에서는 소속팀의 에이스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류현진과 김광현. 한 살 많은 ‘형’은 두 차례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2022년 한 번 더 토미 존 서저리 경험)과 한 차례의 어깨 수술을, 한 살 어린 ‘동생’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형은 부단한 노력 끝에 2019시즌 MLB 평균자책점 1위(2.32),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고, 동생은 2018년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것은 물론 2019시즌 17승 6패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들은 또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처음 만난 건 2005년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였다. 당시 대표팀은 고3 선수들로 구성됐는데 김광현이 유일한 2학년 참가 선수였다. 당시 투수들은 류현진, 한기주, 나승현, 양승진, 손영민, 김성훈, 김광현 등으로 구성됐고, 포수는 강정호, 이재원이, 야수들은 김성현, 김준무, 김현수, 손용석, 최주환, 김문호, 민병헌, 장준환, 황선일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일본과 결승전에서 맞붙었다가 패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2005년 9월에 열린 터라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발표하는 날과 겹쳤다. 류현진은 5년 전 플로리다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모두 PC방 가서 드래프트 결과를 확인하는데 김현수만 지명 받지 못해 분위기 좋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김광현은 “당시 드래프트 2차 1번 지명권을 갖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가 (류)현진 형을 지명하지 않고 (나)승현 형을 지명해 깜짝 놀랐다”면서 “그런데 고교 시절 (나)승현 형은 진짜 잘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안산공고 최고의 에이스였던 김광현은 SK 지명을 받고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줄곧 류현진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2007년 프로 데뷔 후 전년도 신인왕이자 MVP를 수상했던 류현진과의 비교 질문에 “(류)현진 형은 단순해서 타자들이 조금만 생각을 갖고 치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라고 말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당시 김광현은 구단 관계자로부터 신인이지만 당당하게 인터뷰에 임하라는 조언을 듣고 패기를 내세웠다가 크게 혼난 경험을 떠올렸다.
5년 전 류현진과 김광현의 플로리다 회동 때 두 선수의 맞대결 관련된 질문을 건넨 적이 있었다. 2010년 5월 23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만 안됐다면 두 투수가 양 팀 선발 투수로 나서 진검 승부를 펼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류현진은 특유의 무심한 말투로 “투수의 맞대결이 뭐가 중요하냐”면서 “투수는 상대 팀 투수가 아닌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반면에 김광현은 “2010년의 나는 조금 예민한 상태였다”면서 “모든 기자들이 (류)현진 형과의 맞대결을 물어본 터라 대답하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후 김광현은 2022년, 류현진은 2024년에 KBO리그로 복귀했다. 어느덧 리그 최고참급 투수가 된 그들은 더 이상 최고의 좌완 투수로 손꼽히지는 않는다. 전성기 시절의 마운드 운영과 지금은 구속과 구종에서 차이가 난다. 한 경기 100구 이상의 투구도 보기 어렵다. 각 팀의 에이스 자리는 코디 폰세(한화)와 드류 앤더슨(SSG)에게 물려줬다. 류현진은 올 시즌 16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 중이고, 김광현은 18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4.01로 승보다 패가 더 많다.
한화의 ‘소년가장’ 류현진은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SK 시절 선배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성장한 ‘미소년’ 김광현도 두 아이의 아빠로 인생의 변화를 이뤘다. 신인 때부터 두 선수들을 응원했던 팬들도 중년의 나이가 됐을 터. 그럼에도 두 선수의 선발 맞대결은 오랜 야구팬들에게 설렘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맞대결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기대를 드러냈다.
“류현진, 김광현 모두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라 기록을 갖고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최근 컨디션이다. 류현진은 부상 복귀 후 3경기를 잘 던졌고, 김광현은 후반기 컨디션이 좋다. 결국 이 둘이 승리 투수가 되려면 타선의 도움이 가장 중요한데 타선만 봤을 때는 최근 폭발적인 타격감을 선보이는 한화 타선의 지원을 받는 류현진이 조금 더 유리할 것 같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화와 SSG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한화가 1위, SSG가 2위이고, 불펜은 SSG가 1위, 한화가 2위”라면서 “마운드만 봤을 때 한화와 SSG 시리즈는 다득점 경기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고, 류현진, 김광현 맞대결도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두 선수 모두 큰 대회 경험이 많은 터라 그 경기 자체를 즐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26일 김광현이 선발로 나서는 SSG 경기에 대해 상대 투수보다 상대 타자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김광현은 (맞대결에 대한) 부담보다 여유가 생겼다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