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숨진 김태촌 씨는 범서방파를 이끌며 1970∼1980년대 국내 주먹계를 평정했던 인물이다. 당시 '범서방파'는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한때 전국 3대 폭력조직으로 꼽혔다.
1975년 전남 광주 폭력조직 서방파의 행동대장을 시작으로 폭력세계에 발을 들인 김 씨는 1977년 활동 무대를 서울로 옮기는 과정에서 여러 군소 조직들을 제압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이후 정·재계는 물론 연예계까지 인맥을 넓히며 활동하다 조직원들을 시켜 뉴송도 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황 아무개 씨를 흉기로 난자한 사건을 계기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검찰이 김 씨에게 1ㆍ2심 재판 모두 사형을 구형했을 정도로 김 씨와 조직원들 범행은 잔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5년에 보호감호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89년 폐암 진단을 받고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러나 1992년 '범서방파'를 결성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줄곧 수감생활을 했다.
1998년에는 한때 인기를 누렸던 가수 이 아무개 씨와 '옥중결혼'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형기를 마친 후에는 인천의 한 교회에서 집사로 활동하면서 소년원, 경찰서 등을 찾거나 TV 등에서 설교와 신앙 간증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감 당시 교도소 간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적발되면서 2006년 11월 일본에서 귀국하던 길에 붙잡혀 또다시 철창신세를 졌다.
2007년에는 배우 권상우에게 일본 팬미팅 행사를 강요하는 협박성 전화를 건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 씨는 2006년 구속된 후 당뇨와 저혈압, 협심증 등으로 수차례 구속집행 정지를 신청하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2년여 만에 형기를 모두 마쳤다.
지난해에는 한 중견기업인의 부탁을 받고 한 중견기업 대표에게 사업 투자금 25억 원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며 수차례 협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갑상샘 치료를 위해 재작년 12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그는 지난해 3월부터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5일 오전 0시42분께 숨을 거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