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가 ‘위드미’에 상품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편의점 사업 진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준선 기자 |
지난 3일 이마트가 중소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해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통업계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이마트 측은 “사업 진출이 아니고 상품 공급”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틀 전인 1일, 국회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대형마트 규제법’이 통과, 이마트와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었다.
“상품 공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이마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편의점 사업에 우회적인 진출을 시도했다’ ‘편의점 사업 진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산점 폐점, 월 2회 강제 휴무와 영업시간 제한 등 대형마트 규제 강화로 성장 부진이 예상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이 담보되는 새로운 유통채널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편의점 사업인 셈이다.
지난해 편의점 시장은 10조 4000억 원 규모로 19.8% 성장, 대형마트와 달리 최근 10년 사이에 최고 성장률을 달성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06년 말 9928개였던 매장 수는 2009년 1만 4130개로 급증, 지난해 말에는 2만 개를 넘어섰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지만 편의점 체인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이익이 불어나고 있다.
CU를 운영하고 있는 비지에프(BGF)리테일은 지난 2009년 490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2011년 774억 원으로 급증했고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414억 원에서 934억 원으로 늘었다. 2010년 4월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세븐일레븐의 코리아세븐은 2010년 229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1년 사이 509억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편의점협회는 1~2인 가구 증가 및 감기약 해열제 등 상비의약품 판매허용 등으로 올해 편의점 시장 역시 전년 대비 11.5% 성장한 11조 6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영업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거대 유통업체인 이마트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유통업계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주력 사업 분야를 살펴봐도 이마트의 행보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롯데쇼핑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홈쇼핑 등 전 유통채널을 아우르는 반면 신세계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중심의 단출한 구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몇 달 전부터 이마트 측에서 독립 편의점의 운영상황, 물류공급 현황, 원가 수준 등 편의점 사업과 관련한 전반적인 시장조사를 끝냈다고 한다.
이마트와 계약이 진행 중인 중소 편의점 ‘위드미(with-me)’는 서울·경기지역에 90여 개의 점포를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 편의점과 독립 편의점 중간 형태인 ‘볼런터리(Voluntary)’ 편의점이다. 독립 편의점과 같이 점포 임대부터 인테리어까지 100% 개인 투자로 이루어지지만 상품은 본사에서 공동으로 매입해 공급되는 방식이다. 대기업 편의점과 달리 본사와의 수익 분배가 없고 가맹 해지 위약금도 없으며 상품 공급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결정이 가능하다.
볼런터리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가격 비교를 통해 전체 상품의 40~50%에 해당하는 상품만 본사를 통해 제공받고 나머지는 단가가 좀 더 저렴한 유통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공급받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위드미와의 사업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위드미에서 상품 공급에 한계가 있다 보니 먼저 요청이 왔고, 상품 공급을 위한 기본적인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추가 협의 중이다. 편의점 사업 진출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밝혔다. 최두영 위드미 대표도 “상품공급과 관련한 얘기가 구두로 오가는 상황이었는데 기사가 먼저 나와 당황스럽다”며 “이로 인해 계약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상품공급이 단순히 가맹점 100개 브랜드와의 계약으로 끝나겠느냐”고 반문하며 “전국에 물류가 불안정한 80여 독립 브랜드와 3000여 개에 달하는 편의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이마트는 상품 공급을 통해 편의점 사업에 대한 감각을 익힌 다음 영업권 인수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며 “간판을 바꿔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일단 이마트의 상품 공급이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한 독립 편의점 운영자는 “거대 유통업체인 이마트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게 되면 현재 거래 중인 중소 물류업체보다 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사뭇 부러워할 정도였다.
반면 이마트의 상품 공급이 중소 유통업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걱정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위드미와 이마트의 계약이 체결되면 당장 지금까지 90여 개의 위드미 가맹점에 상품을 공급해왔던 중소물류업체 이지(EG)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러한 물류 공급이 다른 볼런터리 편의점 및 독립 편의점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관련 중소 물류업체의 타격이 우려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