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지오센트릭은 2022년 2월 25일 삼양패키징 지분 10%를 380억 원을 투입해 매입했다. 이번 계획대로 삼양사에 삼양패키지 지분을 매각하면 SK지오센트릭은 210억 원의 손실을 보며 발을 빼게 된다.
SK지오센트릭이 내놓은 삼양패키징 물량을 받는 삼양사 측 관계자는 “재활용 페트 관련 사업의 전망은 괜찮다고 판단했다”라면서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이라 SK지오센트릭의 지분을 매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SK지오센트릭과의 협력 관계가 이어질지는 SK지오센트릭 측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앞서 석유화학 사업을 본원 사업으로 하고 있는 SK지오센트릭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을 낙점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약 5조 원을 투자를 결정했다. 삼양패키징 지분을 매입한 것도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 역량 확대를 위한 것이다. 삼양패키징의 100% 자회사인 삼양에코테크는 페트 재활용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삼양에코테크가 페트병을 잘게 부순 페트 플레이크와 이를 가공한 페트칩을 만들면 SK지오센트릭이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아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업이 축소되는 양상이다. SK지오센트릭은 프랑스 폐기물 관리기업 수에즈와 캐나다 재활용 플라스틱 기술업체 루프 인더스트리즈 등과 함께 지난 2023년 프랑스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장 설립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았다.
SK지오센트릭은 미국 퓨어사이클과 울산에 1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연산 32만 톤(t) 규모 플라스틱 재활용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공장이 완공된다면 재활용 플라스틱 처리 국내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사업성을 이유로 공장 설립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 때문에 SK지오센트릭이 삼양패키징의 지분 정리에 나서면서 사실상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그룹 경영진이 많아진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을 추진하던 나경수 대표가 지난해 10월 사임하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의 추진력이 떨어졌다. 아울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전임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환경 관련 비즈니스에 추진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지오센트릭의 본원 사업인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되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줄어들었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인 불황에 들어갔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사업의 쌀’로 불리며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로 쓰인다. 에틸렌 생산을 위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가지고 있는 SK지오센트릭은 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67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13조 1935억 원으로 전년 13조 5483억 원 대비 2.6% 감소했다. 올해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 영업손실은 1707억 원으로 이미 전년 영업손실 규모를 넘어섰다. 재무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SK지오센트릭의 부채비율은 133.9%로 전년 동기 114.5% 대비 19.3%포인트 하락했다.
실적악화가 이어지자 시장의 평가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며 자금조달 비용 부담도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SK지오센트릭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관계자는 SK지오센트릭에 대해 “중국 중심의 신증설로 공급부담이 확대된 반면 글로벌 경제 둔화로 수요 성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제품군 전반의 스프레드 약세(마진 축소)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5년 제품 전반 스프레드 약세 및 보합세가 이어지면서 중단기 실적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SK지오센트릭은 석유화학 사업 군살 빼기에 들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이 세계 10대 화학 기업이 되겠다며 2017년 미국 회사 다우케미컬에서 인수한 에틸렌 아크릴산(EAA)·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부문과 2019년 프랑스 회사 아르케마로부터 인수한 기능성 폴리올레핀 사업부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SK지오센트릭은 NCC 설비를 대한유화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의 NCC 설비의 생산 캐파는 66만t으로 국내 8위 규모다.
SK지오센트릭 측 관계자는 “(상황을 반전시킬)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과 관련해서는 “전체 시장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