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X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던 PT. SLX Global Healthcare(SLX)의 지분(51%)을 올해 상반기 전량 매각했다. SLX는 2022년 LX인터내셔널이 40억 원을 투자해 SCL헬스케어그룹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신설한 합작법인이다. SLX는 인도네시아 현지 의료기관이 채취한 혈액 등의 검체를 전달 받아 검사한 뒤 그 결과를 의료기관에 통보하는 진단검사 수탁사업을 수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LX인터내셔널은 2020년 코로나19 진단키트 트레이딩 사업으로 인도네시아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검사 수요가 급증하자 2021년 3분기 현지 법인 PT. Satu Gen Indonesia(SGI)를 세워 진단키트 생산에 나섰고 2022년부터는 헬스케어사업담당과 인도네시아신사업담당 임원직을 각각 신설했다. 이어 SLX까지 설립하면서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헬스케어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의료산업은 2억 8000만 명의 인구와 정부의 공중보건 강화 정책, 투자 유치 노력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5년 의료부문에 약 217조 3000억 루피아(약 18조 5500억 원)를 배정하고 2월부터 전 국민 무료 건강검진을 시행했다. SLX가 설립한 인도네시아 최초의 한국 건강검진센터가 2023년 인도네시아 노동부 지정 검진기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대사관 지정 결핵 검진기관으로도 등록되면서 호재로 평가됐다.
그러나 SLX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LX인터내셔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LX는 2023년 매출 8억 원에 2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2024년에도 매출 13억 원에 그치며 25억 원의 손실을 냈다.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LX인터내셔널은 코로나 특수를 타고 진단검사 사업에 진출해 초기에는 성과를 잘 냈을 것”이라며 “다만 인도네시아 의사협회의 성향이 워낙 보수적이고 해외 기업에 대해 배타적인 분위기가 있다. 의료 구매력이 낮은 점도 사업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X인터내셔널은 SCL헬스케어그룹에 지분을 넘기고 인도네시아 헬스케어 사업을 아예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SLX보다 앞서 설립한 SGI는 지난해 청산됐다. 양사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던 PT. Global Investment Institusi 역시 손실만 누적되고 있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국민 의료보험과 무료 건강검진을 추진하고 있어 진단검사 사업의 사업성 자체의 성장성은 상당하다고 판단한다. 국내 의료업체들이 활발하게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 있고 진단검사 사업을 영위 중인 SCL헬스케어그룹 역시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다만 LX인터내셔널 입장에서는 헬스케어 사업이 본업이 아니고 매출이 상대적으로 미미해 사업 정리에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X인터내셔널이 최근 비주력 자산 정리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올해 2월 포스코-인도 자동차강판 가공센터(IPPC) 지분 35%를 포스코에 전량 매각했다. 2005년 양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인 IPPC의 지분을 LX인터내셔널이 비주력 자산으로 분류하면서 20년 만에 처분한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력 사업에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별다른 수익성이 없는 비주력 사업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업과 상관없는 곁가지 사업을 정리하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려는 기조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LX인터내셔널의 2분기 매출액은 3조 8302억 원, 영업이익은 5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57.6%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자원 부문에서 석탄 가격 하락, 자회사인 LX판토스가 영위 중인 물류 부문에서 해상운임 약세에 따라 마진이 감소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야 연료가 많이 쓰이는데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돼 있어 석탄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무역에 타격이 컸고, 물류 자회사도 컨테이너 시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했다”며 “관세 이슈까지 있는 상황이다. 석탄 가격 반등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시황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실적 회복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LX인터내셔널은 자원개발과 트레이딩 등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재원을 기반으로 친환경 에너지와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는 데에 힘을 모으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하는 자원은 2차전지 핵심광물로 꼽히는 니켈이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330억 원을 투입해 인도네시아 AKP 니켈 광산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생산 물량 전량에 대한 인수(오프테이크) 권한도 확보했다.
구리 광산 인수도 추진 중이다. 구리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히며, AI 시대 전력 수요 확대와 맞물려 각광받는 추세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필리핀, 호주 등지에서 구리 광산 매입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한 것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 투자는 강화하는 포트폴리오 개편의 일환이다. 향후 자원사업에서는 석탄 사업 수익성을 강화하고 니켈, 구리, 보크사이트 등 미래 유망광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자 한다”며 “핵심 자산이 위치한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지역 다변화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