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로펌과 기업에서 이 질문이 많이 쏟아진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 반발을 고려해,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배임죄 폐지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관련 사건 수사와 재판은 종결, 면소된다. 이미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사건이라도, 2심이나 대법원 판단이 면소된다.
검찰과 로펌, 법원에서 배임죄 폐지를 바라보는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로펌들은 “배임죄 폐지로 경영 판단의 자율성이 보장될 것”이라면서도 “기업 사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아쉬운 속내를 드러낸다. 검찰은 “기업 수사 때마다 단골처럼 꺼내 들었던 옵션을 하나 잃어버렸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보인다. 반면 법원에서는 “배임은 항상 모호했던 지점이 있어서 폐지가 되면 판단이 조금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한 대기업과 소송전을 벌였던 상장사 A 대표는 1심에서 80% 정도 승소 판단을 받자 2심을 더 진행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에서 돌아온 답변은 “항소하지 않으면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 대표는 더 이상 재판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항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변호인단은 “100% 승소할 수 있다. 힘드시면 2심 때 조정을 통해 재판을 끝내겠다”며 성공보수 등을 요구했다.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얘기 때문에 A 대표는 결국 변호사들에게 수천만 원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2심을 진행 중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저버리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회사 대표나 임원, 직원이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회사나 조직에 피해를 끼치고 대신 본인이나 제3자에게 이익을 주면 적용된다. 고의성이 중요하다.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결정하면 배임을 적용한다. 공소시효는 7년이고, 일반배임죄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경우 공소시효는 10년이고 10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법 리스크가 우려됐던 A 대표의 발목을 잡은 부분이 바로 ‘고의성과 손해’다. A 대표는 “변호인단이 와서 ‘더 크게 이길 수 있는데 항소를 포기하면 회사에 손해를 고의적으로 끼친 게 된다’며 항소를 권유했다”며 “주주들이 소송을 걸면 더 피곤해지지 않나. 그래서 항소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배임죄 폐지 방안 추진
이런 점을 우려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 2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때 “상법·형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에 대해 폐지를 원칙으로 추진하겠다”며 올해 안에 처리를 완료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배임죄 폐지는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들의 해묵은 숙원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모든 경제형벌 합리화를 적극 추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배임죄 폐지가 재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회사 의사 결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횡령과 배임을 ‘세트’처럼 함께 묶어 조사하기 때문에, 기업 대표 사건에서 배임죄가 빠지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자회사 주식을 저렴하게 처분하거나, 오너 소유의 다른 계열사에 ‘저렴하게 납품’하는 경우도 배임을 적용해 처벌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중요 기업들 가운데 배임죄가 적용돼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곳고 많다. 최근 사례로 아워홈(구본성 전 부회장), 카카오(김범수 전 의장), 한국타이오앤테크놀로지(조현범 회장), 신라젠(문은상 전 대표), 태광그룹(이호진 전 회장) 등이 있으며, 거의 모든 기업에 적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검찰은 반발, 로펌은 ‘표정관리’
검찰에서는 ‘약간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오너나 대표가 ‘이익’을 보는 의사 결정을 하면 회사가 피해자가 되는데 이를 처벌할 방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배임죄는 상장회사 B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기 부인이 만든 회사에 B 회사의 1000억짜리 핵심 기술을 1억이라는 헐값에 팔아넘길 때 처벌하는 죄”라며 “배임죄를 없애면 이런 반사회적 행위를 처벌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로펌들은 아쉬움이 묻어난다. 경찰과 검찰 수사가 불가해지면 그만큼 ‘사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 사건을 많이 담당하는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횡령과 달리 배임은 해석의 영역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는 무죄, 누군가는 유죄라고 판단할 여지가 상당히 높다”며 “그 판단의 모호함 때문에 법률 자문부터 시작해서 사건 수임까지 연결된 지점들이 꽤 있는데 그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라고 얘기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무리하게 엮는 배임죄는 문제가 있지만, 명백하게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을 알면서도 했으면 주주와 회사가 피해를 본 만큼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며 배임죄 완전 폐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법원 “배임 유죄 판단 쉽지 않아”
법원에서는 ‘처벌 완화가 어느 정도 필요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실제 지난해 사법연감에 따르면 횡령·배임죄의 무죄율은 6.9%로, 전체 형사사건(3.3%)의 2배에 달했다.
주요 기업 사건을 맡은 바 있던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죄가 되느냐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회사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손해가 난다’는 내용을 문서로 남기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느냐. 결국 임원진의 ‘심증’을 읽어야 하는데, 인정하는 이가 있겠느냐”며 “판사는 의사 결정이 ‘상식적이었는지’를 봐야 하는데, 배임이 되는 지점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기소는 지나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배임죄 처벌 조건 완화에 대해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