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위헌 아냐” 대통령 작심 발언

앞서 대법원은 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에 대해 “헌법상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는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시 입법부인 국회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게 돼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여기에 행정부 수장 대통령까지 나서 ‘민주당’에 힘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위헌을 얘기하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헌법에 ‘판사는 대법관이 임명하고,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한다’고 돼 있는데, 거기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주권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인사로 이뤄진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법원행정처에서 제시한 ‘삼권분립 침해’에 대해서도 “삼권분립이라는 게 자기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고 감시와 견제, 균형이 삼권분립의 핵심 가치”라며 “사법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고 국민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국민 여론을 강조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사법 국가가 되고 있다”며 “사법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 위험한 나라가 됐는데 그 결정적 형태가 정치 검찰”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 사법부가 사법부의 구조를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도 발언했다.
#법원의 즉각 대응
9월 13일인 법원의 날이 주말인 탓에 12일에 관련 행사 및 법원장회의를 소집했던 법원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대응에 나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일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내란특별재판부가 위헌이 아니라는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종합적으로 대법원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도 “사법의 본질적인 작용, 우리 현재의 사법 인력의 현실, 어떤 게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이런 것들도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3시간 뒤인 오후 2시부터는 대법원에서는 조 대법원장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렸다. 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전국 각급 법원장 등이 모여 사법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당초 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전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제시했던 대법관 수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총 5개 의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내란특별재판부 필요성’ 역시 함께 논의가 이뤄졌다.
전국법원장회의는 7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민주당 발 사법 개혁에 대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므로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동명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특히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모인 의견을 명분 삼아, ‘내란특별재판부’에 반대하는 데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일선 법원 안에서 ‘정치권의 삼권분립 위협’이 선을 넘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특히 내란특별재판부처럼 ‘특정 사건’에 대한 별도의 재판부가 구성되는 판례를 만들면 예민한 정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재판부 요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게 된다면 인사권이 대법원장에게 온전히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압박에 따른 인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인선을 대법원장이 한다면 위헌이 아닐 수도 있지만 복수의 판사를 추천하는 자리에 외부의 목소리가 들어오는 것 자체가 독립성 침해라고 볼 여지가 있지 않냐”라며 “이런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두고 복수의 재판부를 ‘집중심리재판부’처럼 정해둬 특정 사건 발생 시 다른 사건 배당을 제외해 신속하게 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의혹 이후 경력별로 나뉘었던 분위기가 ‘위기감’으로 뭉치고 있다는 지점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옛날처럼 판사들이 자주 뭉치면서 의견을 편하게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법부가 위기라는 공감의식은 생긴 것 같다. 12일 점심을 포함해 최근 식사를 하면 판사들끼리 ‘사법부 독립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만 할 정도”라며 “판사들 의견이 대부분 비슷하기에 내란특별재판부를 찬성하는 일부 판사들의 개별 목소리가 크게 나오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원장을 역임한 한 판사 역시 “과거를 돌이켜 보면 특별재판부가 설치된 것은 광복 직후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와 4·19 혁명 직후 3·15 부정선거를 청산하기 위한 혁명재판부 두 차례뿐이고, 혁명재판부는 1960년 제4차 개정헌법에 근거 규정을 만들었다”며 “판사 중 몇을 대법원장이 고르도록 추천한다고 해도, 외부에서 구성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압력일 수 있기에 이는 위헌이라는 게 법원 구성원 다수의 의견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