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i’ 취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단체 DM방을 통해 특정 학생을 ‘은따’(은근히 따돌림)하거나 집단적으로 비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만 14세 이상 가입이 가능한 인스타그램의 이용 비중이 카카오톡보다 높아지면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해 허위 계정을 만든 뒤 음란성 게시물을 올리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시물이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을 이용해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이른바 ‘인스타 저격’ 등의 수법도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 전문 유지현 변호사는 “최근 인스타그램 등에서 특정 학생에 대한 사실 또는 허위 내용을 단체 채팅방, 익명 게시판 등에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타인의 SNS 계정을 사칭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를 이용해 제3자에게 협박을 가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6년 1만 2805명에서 2025년 2만 4112명으로 10년 사이 약 8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체적 폭력의 비중은 73.4%에서 48.1%로 25.3%포인트 감소한 반면 명예훼손·모욕 비중은 2.4%에서 12.9%로, 딥페이크 등 기술이 결합된 성폭력 비중은 10.7%에서 18.8%로 각각 증가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2026년 치안전망’에서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학교폭력이 디지털 환경으로 이동하며 지능화되는 추세”라며 “직접적인 신체 폭력에서 벗어나 심리적·사이버 기반 폭력으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과거 학교폭력이 카카오톡 등 지인 중심의 폐쇄형 메신저를 통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인스타그램·틱톡·디스코드 등 오픈형 SNS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카톡 감옥은 이제 옛말이고 최근 학폭 사안 상당수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오픈형 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카카오톡 단체방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자 학생들이 공개된 SNS로 이동해 괴롭힘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괴롭힘 방식도 집단 내부에서 이뤄지던 형태를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학폭 영상을 판매하는 계정도 등장하고 있다. SNS에서 학폭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학폭 영상을 판매한다는 계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계정은 자극적인 폭행 영상을 게시한 뒤 외부 링크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처럼 오픈형 SNS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의 신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완전한 삭제가 어려워 2차 피해로 이어진다. 하지만 온라인 특성상 증거 확보와 가해자 특정이 쉽지 않다.
유지현 변호사는 “사이버 공간에서 한 번 유포된 콘텐츠는 빠르게 확산돼 완전한 삭제가 어려워 피해 회복 역시 쉽지 않다”며 “인스타그램 스토리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기능은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증거 확보가 어렵고, 해외 플랫폼의 경우 가해자 특정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이버 폭력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3년부터 학교폭력에 포함됐지만 AI 딥페이크를 비롯해 신종 학폭 수법이 나오면서 처벌 기준이 미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확산하는 신종 학교폭력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플랫폼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청소년 사이버 성폭력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신종 범죄 유형도 강력한 처벌로 이어진다는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사업자가 딥페이크 음란물 삭제와 학교폭력물과 관련된 콘텐츠에 대한 경고·이용 제한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