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절을 앞두고는 유관순 열사를 방귀를 뀌는 모습으로 묘사하거나 로켓에 합성해 날아가는 장면으로 표현한 조롱성 영상이 확산됐다. 이외에도 윤봉길, 김구 등 다른 독립운동가를 희화화한 콘텐츠도 등장했다. 반면 대표적 친일 인사인 이완용에는 “포스가 넘친다”, 이토 히로부미 사진에는 “엄근진(엄격·근엄·진지)” 등의 문구가 붙으며 역사 인식 왜곡 논란도 제기됐다.
유튜브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합성해 죽음을 희화화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장면으로 재구성하는 등 조롱성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얼굴을 합성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는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고인을 악의적으로 희화화한 영상은 SNS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를 처벌할 법적 기준은 미비한 실정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성립하기 때문에 단순 조롱이나 욕설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특히 AI 콘텐츠의 경우 사실 여부를 가리기 어려워 법적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이런 조롱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하나 고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플랫폼에 시정 요구를 한 뒤 조치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구조여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국회는 3월 6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벌칙 조항을 신설해 국경일의 역사적 의미를 고의로 왜곡하거나 관련 역사 인물을 모욕·조롱하는 행위를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영상 노출을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이라며 “틱톡 측도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인을 활용한 콘텐츠가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인을 조롱하는 영상에 대해 플랫폼 측에서 수익을 금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유튜브는 2025년 7월 인공지능(AI)으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콘텐츠 이른바 ‘AI 슬롭’ 등 ‘비진정성 콘텐츠’에 대해 수익 지급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AI를 활용해 문제 영상을 제작한 개인뿐 아니라 이를 방치한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국내법을 강화해야 한다”며 “문제 콘텐츠로 발생한 수익 역시 제작자와 플랫폼 모두로부터 환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