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씨는 유흥업소 종사자와 일반인, 인플루언서 등의 실명·주소·사진 등을 자신의 SNS에 무단으로 올리고 이를 삭제해주는 대가로 피해자들을 협박해 5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가 운영한 계정 ‘주클럽’은 ‘ZOO(동물원)’와 ‘클럽’을 합친 이름의 이른바 신상박제 계정으로 2025년 5월부터 운영됐다. 이 계정은 텔레그램 ‘제보방’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해당 방에 참여자는 약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인물의 이름이나 사진이 올라오면 참여자들이 “마약을 했다”, “바람을 피웠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무분별하게 제보했고, 이를 사실 검증 없이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신상털이 범죄의 시초는 2016년 등장한 ‘강남패치’다. 유흥업계 종사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목적으로 개설된 강남패치는 ‘유흥업소에서 쉽게 돈을 벌며 성공한 것처럼 꾸미는 이들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남녀 100여 명의 무차별 신상털이를 진행했다. 운영자 정 아무개 씨는 결국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피해자들과 합의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강남패치는 운영자가 검거돼 사라졌지만 신상박제 범죄는 계속됐다. 2025년 강남 지역 유흥업소 종사 남성을 대상으로 폭로를 이어온 ‘강남주’ 계정이 이목을 끌면서 ‘주(ZOO)’를 공통 명칭으로 한 신상박제 계정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대표적인 계정이 주클럽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주클럽 역시 ‘강남주’ 계정의 영향을 받아 범행을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유흥업소 여성을 대상으로 신상공개를 이어가다가 이후 일반인과 학생까지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최근 SNS에서 “더러운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소개된 ‘○○주’라는 이름의 한 계정은 일반인의 신상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었다.
운영 방식은 주클럽과 유사했다. 일반인의 신원과 사진 사생활 정보 등을 담은 내용의 글을 무단으로 올린 뒤 이를 삭제해주는 것을 대가로 피해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 제보 내용은 텔레그램 등의 보안 메신저를 통해 수집하기 때문에 별도의 사실 검증은 없었다. 피해자는 기업인·대학생·인플루언서 등 수십 명에 이르렀다. 현재 이 방에 참여한 인원은 2000명이다.
해당 계정 운영자는 “박제할 대상을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공익적 목적은 없다”며 “돈을 받으면 글을 내려주고 다시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해외에서 계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활동하다 검거된 강남패치나 주클럽과는 다르다”며 “신상박제 계정은 주(ZOO) 계열 외에도 여러 개가 있다. 7년째 대규모로 운영되는 계정도 있다”고 말했다.
신상박제 글 중에는 과거 주클럽이 올렸던 게시물도 있었다. 한 계정은 “날아간 주클럽 자료를 정리해 다시 올리겠다”고 공지하고, 과거 신상박제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신상박제 채널 운영자들이 주클럽의 과거 게시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자신의 채널에 재게시하는 수법이다. 이 때문에 한 번 퍼진 신상 정보는 운영자 검거된 뒤에도 회수·삭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상박제 계정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타인의 신상을 허위로 유포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 사실 명예훼손으로 최대 징역 7년까지 가능하지만, ‘강남패치’ 사례처럼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사이버 범죄 특성상 한 번 퍼진 자료는 운영자가 검거되더라도 다른 계정을 통해 계속 유통되면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며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허위 정보를 제공한 제보자에 대한 책임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상박제는 개인정보와 직결돼 다른 범죄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엄격한 수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