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 5월부터 서울 명동의 한 고급 오피스텔에 미등록 가상자산 업체와 환전소를 차려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국내 범죄 조직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가져오면 이를 달러와 연동된 가상자산 테더로 환전한 뒤 해외 범죄조직 전자지갑으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테더(USDT)는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등과 달리 ‘1달러=1테더’ 같이 실물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테더가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신원 확인 없이 지갑 간 전송만으로 해외로 자금을 손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데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개인 간 거래로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테더를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 자체는 합법이지만, 신고하지 않은 거래소나 환전상이 온라인을 통해 환전 거래를 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실제로 텔레그램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국내 거래소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우며 ‘USDT 구입’, ‘테더 환전’등의 내용을 적은 광고 글이 기승이다. 이들은 테더를 이체받은 뒤 현금을 계좌로 송금하거나 퀵서비스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한다. 일부 업자는 1000만 원 이상 거래 시 고객이 지정한 장소로 현금을 전달해 주겠다고 안내했다.
대면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확인됐다. 명동역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다고 소개한 한 업체는 전화나 온라인으로 방문 예약을 받은 뒤 지정된 계좌로 테더를 송금하면 확인 후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거래 수수료는 금액에 따라 달랐으며 약 1%대에서 최대 2.5%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법 환전을 통한 거래가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하는 범죄와 연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적발된 국내 외환 범죄 가운데 ‘코인 환치기’ 등 가상자산을 활용한 범죄 비중은 49%나 된다.
2025년 5월에는 40대 2명이 러시아인 중고차·화장품 수입업자와 공모해 약 58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 환치기를 벌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정상적인 외환 거래를 거치지 않고 테더 등 가상자산을 이용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불법 가상자산 취급업자는 사기·탈세·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고, 금전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구제를 받기 어렵다”며 “자금세탁 방식과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조사 방식과 인력, 제재 수단을 대폭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