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건물에는 캡슐호텔(3·6층)과 호스텔(7층) 등 숙박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다. 3·6층은 1인용 침대를 2층 구조로 이어 놓은 이른바 벌집 구조 형태였다. 해당 업체는 3층 방 4개, 6층 방 3개로 관할구청에 신고했지만 화재 당일 예약 인원은 각각 65명과 59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밀집된 인원과 구조물·짐 등으로 복도가 좁아지면서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고, 사고 당시 건물 뒤편 비상계단이 에어컨 실외기 등에 가로막혀 탈출이 지연됐다는 투숙객 증언도 나왔다.
3월 18일 ‘일요신문i’가 확인한 명동·을지로 일대 캡슐호텔의 상황도 비슷했다. 객실 내부는 위아래 2층 구조의 침대가 촘촘히 배치돼 밀집도가 높았고, 가운데 복도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빌라 건물의 두 개 층을 개조해 운영 중인 한 업소는 ㄱ자 형태의 좁은 통로가 이어졌으며, 비상구와 비상계단도 폭이 좁거나 경사가 가팔라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도 충분하지 않았다. 일대 신축 캡슐호텔의 경우 소방시설을 갖췄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지만 일부 노후 건물에서 운영되는 숙박업소는 스프링클러 없이 화재감지기 등 기본 설비만 설치된 상태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전국 숙박시설 3만 1271곳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4252곳(13.6%)에 불과했다.
노후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 대상이 아니다. 소방법 개정안에 따라 2022년 12월부터 숙박시설은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이면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300㎡ 이상 600㎡ 미만이면 간이 스프링클러를 의무화했지만 법 시행 이전에 준공된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개정안 시행 이후 신축·증축·용도변경 시에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지만 이를 층별로 나눠 진행할 경우 전체 규모가 반영되지 않아 설치 기준에서 제외되는 허점도 드러났다. 화재가 난 소공동 건물은 1995년 준공됐으나 2024년 5월(3층)과 12월(6층) 두 차례 용도변경이 이뤄지면서 개정안 적용 대상이 됐다. 해당 업체 바닥면적 합계는 약 583㎡로 개정안 기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규모였다. 그러나 약 7개월의 시차를 두고 층별로 용도변경이 진행됐고, 관할 소방서는 각 층을 개별 시설로 판단해 설치 의무를 적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투숙객 밀집도가 높은 숙박시설의 경우 화재 발생 시 피해가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며, 새로운 안전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향수 건국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캡슐호텔처럼 협소한 공간에 다수가 밀집하는 시설은 화재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등 설비 설치를 유도·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화재를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경보체계를 강화하고, 사람들의 신속한 대피를 유도할 수 있는 초동 대응 역량을 함께 끌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캡슐호텔과 같은 벌집형 구조의 숙박시설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인 고시원 수준의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7년부터 시행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고시원 등 업소에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숙박시설은 다중 밀집 환경에서 이용자가 짧은 주기로 계속 바뀌는 구조”라며 “공간은 협소한 반면 인원이 집중돼 고시원보다 더 위험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캡슐호텔을 별도 시설로 분류해 관리하거나 면적이 아닌 실제 수용 인원을 기준으로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3월 21일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을 앞두고 안전 우려가 커지자 일대 숙박시설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3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과 '정부 합동 안전 점검'을 실시해 방탄소년단 행사장 인근 및 서울시내 주요 숙박시설에 대한 긴급 소방안전점검을 추진한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