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축구계 전반의 흐름에 따른 선택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에 앞서 문호를 개방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로 대회가 개편된 이후 외국인 선수의 출전 제한을 없앴다. 이에 아시아 내 부자 구단들은 선수단에 다수의 외인들을 채웠다. 지난 15일 대회 16강 경기를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는 선발 라인업 11명 중 사우디 국적 선수가 2명뿐이었다. 상대팀 아랍에미리트의 알 와흐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K리그도 이에 발맞추는 선택을 한 것이다. 정책 변화에 따라 다수의 구단이 외국인 선수단 구성에 투자를 적극 나섰다. 이들은 실제 그 효과를 보는 상황이다.
이번 시즌 리그 돌풍을 일으키는 구단으로는 FC 서울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앞서 잉글랜드의 스타 제시 린가드(잉글랜드)를 품으며 화제를 모았던 구단이다. 하지만 린가드를 중심으로 한 지난 시즌은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퇴단하고 절치부심한 이번 시즌, 리그 유일의 무패 팀으로 순위표 최상단을 지키는 중이다.
서울은 어느 팀보다 외인 구성에 공을 들였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8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며 바뀐 규정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돌풍의 선봉에 선 인물은 최전방 공격수 클리말라(폴란드)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 시즌과 달리, 개막 이후 7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팀의 무패행진을 이끌고 있다. 리그 내 득점 3위다.
이외에도 서울은 팀의 척추가 되는 중앙 포지션에서 외국인 선수의 활용도가 높다. 크로아티아 출신 바베츠는 퇴장 징계 경기를 제외하면 꾸준히 미드필드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서울은 중앙 수비수 듀오를 야잔(요르단)과 로스(스페인), 두 외국인 선수로 채우는 보기 드문 선택을 했다. 이들은 7경기에서 단 4실점만 내주는 리그 최소 실점 기대에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의 예상 밖 고공행진을 이끄는 인물은 지난 시즌 중국으로 임대 이적을 했다가 복귀한 브라질 출신 공격수 야고다. 전력 외로 분류되는 듯했던 야고는 이번 시즌 리그 7경기에 모두 출전해 5골을 넣으며 득점 순위 2위에 올라 있다. 야고가 골을 넣은 4경기에서 팀은 모두 승리를 거뒀다.
미드필드에서는 보야니치(스웨덴)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 이번 시즌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긴 시간을 소화했다. 많은 활동량과 특유의 기술로 팀을 이끈다. 이외에도 몸 상태 문제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던 공격수 말컹(브라질)은 최근 2경기 연속 후반 교체 출전 이후 득점으로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활약이 눈에 띄는 외국인 선수가 최상위권 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무대에서 고전할 수 있는 승격팀 인천 유나이티드와 부천 FC도 외국인 선수들의 힘으로 순항 중이다.

무고사는 인천에서만 9시즌째를 소화하고 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25세 공격수는 어느덧 34세 베테랑이 됐다. 이에 무고사는 최근 몬테네그로 국가대표팀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몬테네그로 유니폼은 내 인생이다. 그리고 인천은 제2의 고향이며 이 또한 내 인생이다. 이곳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뛸 수 있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팬들은 뜨거운 응원으로 화답하고 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부리그 무대를 밟은 부천의 순항은 갈레고(브라질)가 이끌고 있다. 앞서 전 소속팀(강원, 제주)에서 K리그1 무대를 경험했던 갈레고다. 활약상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K리그2의 부천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부천과 함께 1부리그로 돌아온 이번 시즌, 4골을 넣으며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갈레고와 같은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려 하는 부천이다. 현재 활약은 갈레고가 돋보이지만 팀의 '원조 에이스'는 바사니(브라질)다. 지난 시즌 14골 6도움으로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주도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하기도 했다. 바사니 역시 국내 타팀인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에 뛰어든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활약은 낙제점을 받았고 부천 이적 이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장이 많았던 바사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다면 부천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구단이 외국인 선수 활용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강원 FC는 단 두 명의 외국인 선수만을 스쿼드에 합류시켜 시즌을 시작했다. 그마저 수비수 강투지(몬테네그로)는 주전으로 뛰고 있으나 아부달라(이스라엘)는 백업 역할을 맡아 선발 출전이 1경기에 불과하다.
강원은 지난 시즌부터 외인 활용에 재미를 보지 못했던 구단이다. 이에 5명을 보유했던 1년 전과 달리 2명으로 2026시즌을 시작했다. 이 같은 '쇄국정책'은 개막 초반 5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최근 승리가 반복되며 반전을 맞이했다. '외국인 무제한 보유 시대'에 자신들만의 방식을 추구하는 강원의 성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광주 FC는 아이슬란드 공격수 프리드욘슨 1명만을 보유, 군팀인 김천 상무를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 숫자가 가장 적은 팀이다. 이들은 선택의 폭이 좁았다. 선수 신규 등록 금지 징계를 받으며 새로운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넉넉지 않은 기존 살림에 브라질 공격수 헤이스마저 팀을 떠나면서 현재와 같은 구성이 됐다. 외인뿐만 아니라 국내 자원도 다수 이탈한 광주는 현재 리그 최하위로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광주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름 이적시장에 새로운 선수 등록이 가능해진다. 이에 광주는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전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026시즌, K리그의 외국인 선수 활용과 관련해 "무제한 보유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 울산, 부천이 규정에 맞게 6명이 넘는 선수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성적도 내고 있다. 축구에 국경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구단의 성적을 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아무래도 공격 포지션에 외국인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골을 만드는 능력은 특별한 능력이다. 투자가 필요하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득점 순위 높은 곳에 외국인들이 오르는 상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해설위원은 서울의 라인업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중앙 수비 두 명을 모두 외국인으로 구성하는 장면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다"며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팀의 성적이 너무 좋다. 서울 구단이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