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위표 맨 윗자리를 차지한 팀은 울산 HD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들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지난 시즌 9위로 부진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항명설 등이 불거지며 선수단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큰손'으로 활약했던 이적시장에서도 뚜렷한 보강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요 선수들이 팀을 빠져나가 전력 약화가 예상됐다.
흔들리던 팀이 지휘봉을 맡긴 인물은 김현석 감독이었다. 선수 시절 국내에서는 울산 한 팀에서만 뛰었고 장기간 지도자 생활도 이어갔던 인물로 '미스터 울산'으로 불렸다. 구단은 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중심을 잡을 인물로 팀의 레전드인 그를 선택한 것이다.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팀의 상황을 "기울어진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했다.
김 감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존재했다. 2002년부터 플레잉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경력이 20년이 넘지만 프로무대 감독으로서는 경험(2년)이 많지 않은 점이 지적을 받았다. 2024시즌 충남 아산 FC를 이끌고 성적을 냈으나 이듬해 전남 드래곤즈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K리그1 개막 이후 울산은 다른 팀이 됐다. 지난 시즌 MVP 이동경(1골 2도움)이 건재한 가운데 임대를 떠났다 돌아온 최전방 공격수 야고(4골)가 분발하면서 3연승 행진을 기록 중이다. 3경기에서 7골을 넣으면서 실점은 2골만을 내줬다.
일방적인 경기만을 치렀던 것도 아니다. 3라운드 부천 FC와의 경기에서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역전으로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선보였다. 선수단의 자신감은 더욱 올라갔다. 시즌 전망이 밝지 않았던 울산으로선 최고의 출발이다.
김현석 감독은 선수 시절과 울산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당시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이 고참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 팀에서 데뷔한 정경호 강원 FC 감독은 "당시 너무 무서워서 지금도 김현석 감독 눈을 똑바로 못 쳐다본다"는 농담을 최근까지 할 정도다.
축구계에서는 김 감독의 성향이 울산의 현재 상황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는 평이 이어진다. 최근 김 감독으로부터 과거의 카리스마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선수 시절에 비해 크게 불룩해진 배를 스스로 가리키며 "전술 주머니"라며 너스레를 떤다. 선수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모양새를 보인다. 축구계 관계자는 "확실히 팀 분위기를 잘 추스른 것 같다. 지금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선수들도 김 감독이 무서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안다. 꼭 격하게 해야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김 감독과 울산의 궁합이 좋다"고 평가했다.

FC 서울 역시 지난 2월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다. 울산이 부진하면서 어부지리로 16강에 올랐다. 이어진 16강에서는 2패로 탈락했다.
K리그1에서는 반전이 이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 제주 SK, 포항 스틸러스를 차례로 만나 모두 승리했다. 세 경기 모두 강한 압박이 돋보였다. 3연승 기간 원클럽맨 공격수 조영욱이 2골을 넣었다. 해외진출을 노리다 유턴한 송민규를 포함해 크로아티아 출신 미드필더 바베츠, 스페인 출신 수비수 로스 등 신입생들도 좋은 활약을 보인다. FC 서울 구단으로선 19년 만의 개막 3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시즌 개막까지 김기동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부임 첫 시즌 4위에 올라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 찬사를 받았으나 이내 순위가 떨어졌다. 일부 팬들은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부임 3년 차, 김 감독은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다.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이 순조로운 적응을 보인다. 이전 소속팀에서 함께한 경험으로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측면 공격수 송민규의 존재는 김기동 감독에게 큰 힘이 된다. 서울은 지난 시즌 송민규의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 운용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김 감독은 앞서 실적으로 능력을 증명한 지도자다. 포항에서 감독으로 약 5시즌을 보내며 코리아컵 우승,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준우승 등을 달성했다. 서울 부임 이후에도 5년 만에 팀을 리그 상위권 성적으로 이끌었다.
선수 생활을 워낙 오래 이어간 탓에 지도자 생활을 비교적 늦게 시작(2013년)했다. 그럼에도 감독 경력은 결코 짧지 않다(8년 차). 그간 숱한 위기를 넘겨왔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대처를 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