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8일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 장면. 특별사면과 공공기관 낙하산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청와대 |
[일요신문]
지난해 12월 28일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이 회동을 가졌다. 현 정부 들어 일곱 번째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민생’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으며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배석자 없이 진행된 40분간의 회동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감한 특별사면과 공공기관 낙하산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 측은 “가장 시급한 민생을 논의했다.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고 일축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사이가 비교적 원만하다는 것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이는 퇴임 후 안전한 하산을 원하는 이 대통령과 원만한 정권 이양 작업을 원하는 박 당선인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파견 공무원 상당수를 이명박 정부 출범 시 참여했던 인사들을 재기용하며 ‘연속성’을 강조했고, 이 대통령은 박 당선인의 경호·의전 등 여러 부분에 있어서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밀월’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들어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언급한 특별사면 이외에도 택시법 통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놓고 청와대와 박 당선인 측 간에 ‘미묘한’ 신졍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측근들은 “퇴임 전날까지 할 일은 하고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박 당선인 주변에선 “이 대통령이 마지막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태생적으로도 가깝게 지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이후 친이와 친박은 앙숙처럼 지내왔다. 정권 초중반 친이계로부터 모진 ‘핍박(?)’을 받은 친박계의 ‘반친이 기류’는 여전하다. 오죽했으면 친이계 일각에선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박근혜보단 차라리 문재인이 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후문이다.
친박계 수장인 박 당선인도 ‘여권 내의 야당’이라 불리며 여러 차례 이 대통령과 부딪혔다. 2008년 공천 파동, 2009년 세종시 문제 등 주요 현안마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회동을 통해 봉합을 모색했지만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된 적도 있었다. 2008년 5월 3차 회동에서 박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친박 낙천자들의 복당 문제를 꺼내자 당시 이 대통령은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우호적인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자꾸 부딪치다보면 예전에 깊게 패였던 감정의 골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이 대통령은 퇴임 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 상황에선 박 당선인이 ‘갑’이고 이 대통령은 ‘을’ 위치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 대통령이 택시법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무리한 사면을 추진한다면 박 당선인의 역공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