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택 위원이 10일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
이번 18대 인수위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철통 보안’이다. 지난 17대 인수위가 지나치게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정권 출범부터 흔들렸다는 판단에서다. 과도한 언론 노출을 정치적 활동으로 인식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입’으로 통하던 이정현 비서실 정무팀장은 인수위 출범 첫날 기자실을 찾아 “외과 수술로 입을 없애 버렸다”고까지 말했다.
24명의 인수위원과 전문·실무위원들은 별도의 명함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인수위 측은 “낮은 자세로 인수위 활동에 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사실 보안이 첫 번째 이유다. 이 때문에 인수위 출입기자들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인수위원을 눈앞에서 놓치기도 한다. 지난 9일에 있었던 ‘귤 아저씨’ 소동이 대표적이다. 이날 평상복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이 금융연수원 앞마당까지 들어와 기자들에게 귤을 나눠줬는데 뒤늦게 경제 1분과 인수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 밝혀진 것이다.
기자들이 인수위원의 면면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데는 기자실이 인수위 회의가 열리는 공간으로부터 분리돼 있는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현재 인수위 회의실과 사무실은 금융연수원 별관에, 공동기자회견장과 브리핑룸은 본관 2층에 마련돼 있다. 이는 청와대 대외언론창구인 춘추관 운용 방식과 비슷하다.
공동기자회견장과 브리핑룸은 대부분 지정좌석제로 운영된다. 통신사와 지상파, 규모가 큰 일간지 위주로 자리를 배정하다보니 새누리당을 정기적으로 출입하지 않았던 군소매체 기자와 주간지 기자들은 일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일단 빈자리에 앉아 있다가 원래 주인이 돌아오면 자리를 내어주는 광경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새누리당 대변인행정실 측은 “기자실 자리는 300여 개뿐인데 인수위 출입 기자는 1000명이 넘는다”라며 “새누리당 당사에 자리가 있는 매체들 위주로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인수위의 빗장이 풀어지는 유일한 순간은 하루 2~3차례 열리는 브리핑 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한마디 한마디에 시선이 쏠리고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자칭 ‘인수위 단독 기자’라는 윤창중 대변인은 인수위 첫날 “자꾸 괴롭히면 기자실 안 오겠다”라며 기자들과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