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안전 투자 소홀, 비용 절감에만 몰두” vs 케이카 “안전예산 매년 증액, 매각 결정된 바 없어”
[일요신문]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K-car)의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노동조합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케이카 노조는 한앤코가 매각 희망고문을 하면서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는 회사가 안전 투자에 소홀한 결과, 직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노동청)에 진정서를 낼 계획이다. 2018년 케이카를 인수한 한앤코는 2022년부터 케이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노조 “매각 희망고문, 장기적 싸움 될 것”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K-car)의 매각이 장기화하면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직원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케이카 천안 직영점 외벽에 ‘케이카 차량평가사는 사모펀드의 돈벌이 부품’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명선 기자케이카 노조가 노동청에 케이카 본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책임을 다했는지 판단해달라는 진정서를 조만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각종 소음·분진·유해화학물질 등의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유해인자에 직원들이 얼마나 노출되는지 정기적으로 작업환경측정을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차량 상태를 검수하고 점검하는 케이카 차량평가사들이 유해인자에 노출돼왔으나 회사가 안전 투자에 소홀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지난 10월 14일 충남 아산 케이카 지점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훈 전국금속노동조합 케이카지회 지회장은 “회사의 전반적인 안전 실태를 문제 삼을 계획”이라며 “예컨대 지난해 회사에서 써도 된다고 제시한 제품 목록에 ‘카포스 프리미엄 부동액’이 포함돼 있다. 이 제품의 성분인 에틸렌글리콜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이 필요한 물질이다. 문제를 제기해도 회사는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케이카 노조에 따르면 케이카 전체 직원 약 1100명 중 700명가량(차량 매입, 판매 인원 포함)이 차량평가사다.
김성훈 지회장은 “현재 일부 차량 정비 인원 외에도 차량평가사들이 차를 들어서 기름이 새는지 확인하는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작업을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가연성 물질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지점이 대다수라 회사에 환기시설 설치도 요구했는데, 회사는 비용 부담을 언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량 작업 공간의 경우 폭염 때 70℃가 넘어간다. 올여름 혹서기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더니 회사는 비용 부담을 언급했고, 작은 이동식 에어컨을 제공하는 땜질식 처방만을 내놓았다”라고 덧붙였다.
케이카의 전신은 SK엔카 직영사업부(중고차 오프라인 사업부)다. 현재 한앤코는 케이카 지분 72.0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22년 12월 한앤코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케이카 매각에 나섰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앤코는 연관 기업과 PEF 운용사에 인수 의향을 다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 한앤코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케이카 매각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경기도 이천시 케이카 홈서비스 메가센터. 사진=케이카 홈페이지 캡처올해 5월부터 진행한 임금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350만 원, 회사는 180만 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10월 15일 케이카 노조는 전체 조합원이 10월 18일부터 주말 근무를, 10월 20일부터 케이카 홈서비스 관련 일체 업무를 전면 거부하는 쟁의 행위에 돌입한다는 공문을 케이카 대표에 보냈다. 케이카 노조에는 860명가량이 가입돼 있다. 온라인으로 차를 사고 팔 수 있는 케이카 홈서비스는 케이카의 핵심 서비스다. 김 지회장은 “임금 문제와는 별개로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싸움이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케이카 관계자는 “케이카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제반 점검을 시행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통해 유해화학물질 사용제한, 정기·수시 위험성 평가 등의 조치가 상시 이뤄지고 있으며 안전·보건 조치 예산도 매년 증액하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연봉·인센티브·격려금 등의 재원도 매년 증액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매출·점유율 상승, 매각 적기 평가 나오는데…
현재까지 케이카 매각과 관련해 진전된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 4일 케이카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 재답변을 통해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며 내년 1월 2일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케이카 매각이 적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임준선 기자케이카 실적은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케이카는 매출 6089억 원, 영업이익 181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케이카는 매출 1조 2135억 원, 영업이익 39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매출 1조 1934억 원, 영업이익 357억 원)보다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10.9% 늘었다. 케이카는 이커머스·오프라인·경매 채널을 통해 중고차를 판매한다. 중고차 판매가가 올라가 소매평균단가(ASP)가 늘어난 데다 경매 사업이 성장한 점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케이카의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전체시장과 유효시장으로 나뉘는데 케이카의 유효시장(중고차 전체 등록대수 중 개인 간 직거래를 제외한 사업자 거래 대수) 점유율은 2018년 5%에서 올해 상반기 12.7%로 올랐다. 렌터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올해 5월부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이 풀린 가운데 케이카의 점유율이 상승한 점은 고무적이다. 개인 간 거래까지 포함한 전체시장에서는 케이카 점유율이 올해 상반기 기준 6% 정도 수준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 1위인 케이카의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케이카 IR 자료 캡처케이카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로 렌터카 업체들이 거론돼왔다. 경매와 수출 등 B2B(기업 간 거래) 위주로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던 롯데렌탈은 5월 ‘티카(T car)’를 론칭하며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중고차 사업에 진출했다(관련기사 ‘Lcar’ 아닌 ‘Tcar’…롯데렌탈 온라인 중고차 B2C 사업에 거는 기대). 렌털 기간이 종료된 중고차를 매각하는 SK렌터카도 7월 천안에 중고차 경매장 ‘오토옥션’을 열고 중고차 경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K렌터카 최대주주인 홍콩계 PEF 운영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밟고 있다. 어피니티가 추가로 케이카 인수에 나설지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최근 케이카의 주가는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1만 2000원~1만 3000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현재 1만 5400원대를 기록 중이다. 한앤코는 2018년 2200억 원가량에 케이카를 사들였다. 한앤코는 2021년 케이카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약 3065억 원을 회수했다. 케이카 상장 이후 한앤코는 잔여 지분을 담보로 6000억 원가량의 대출을 받았는데 내년 1월 만기가 도래한다. 다만 업계에선 한앤코가 급할 게 없다는 이야기도 동시에 나온다. 한앤코 배당성향은 최근 3년간 100%를 넘겼으며 한앤코는 매년 200억 원이 넘는 현금배당을 챙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케이카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실은 없다고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