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파견 국토부 간부 압수수색, 대안 노선 검토 지시 의혹…원희룡 장관 취임 첫날 종점 변경 회의
[일요신문] 경기도 양평군 공무원이 김건희 씨 일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 특별검사(특검)팀 조사를 받고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수사해온 민중기 특검팀의 강압 수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도 수사만큼은 속력을 더하겠단 방침이다. 특검팀은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김건희 씨 모녀를 위한 특혜성 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계획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실제 양평고속도로는 윤 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노선 변경이 논의됐고, 관련 회의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일사천리' 진행됐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종점 예정지가 돌연 바뀐 게 핵심이다. 새 종점으로 검토된 경기 양평군 강상면은 김건희 씨 모녀의 땅과 가까운 곳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 같은 노선 변경에 권력이 개입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김건희 씨가 8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인수위 '그분' 정체는?
김건희 씨를 둘러싼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종점 예정지가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뀐 게 핵심이다. 강상면 인근에는 김건희 씨 일가 땅 29필지 3만 9000㎡(약 1만 1700평)가 있다. 이런 변경안은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처음 마련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2022년 3월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국토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에 '김 여사 일가 땅이 포함된 대안 노선을 검토해보라' 지시했을 가능성을 살피는 중이다.
특검팀이 수사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할 여러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해졌다. 이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맡았던 용역업체 측이 "2022년 4월 무렵 국토부 관계자가 강상면 쪽을 종점으로 검토해보라 제안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를 제안한 당사자로 지목된 국토부 관계자 역시 "인수위에 파견된 우리 부처 모 간부로부터 종점 변경 관련 연락을 자주 받았다"고 증언했다고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를 주도한 인수위 관계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상태다. 해당 인사를 핵심 고리로 삼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 전 대통령 등 윗선까지 직접 수사에 돌입할 전망이다. 원 전 장관의 경우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국토교통부 등 양평고속도로 관련 회의 일지. 이 고속도로 종점으로 강상면이 처음 거론된 때는 공교롭게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첫날이었다. 자료=김우철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원희룡 장관 취임 동시에…매달 회의
일요신문은 국토부를 중심으로 한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의 일지를 확인했다. 김우철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각 회의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일일이 인터뷰 등을 진행하고 공식 자료를 취합해 당 지도부에도 보고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의는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 취임 첫날부터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원 전 장관이 취임한 2022년 5월 16일 한국도로공사는 동해종합기술과 경동엔지니어링 컨소시엄으로부터 용역착수보고를 받았다. 강상면은 이날 용역착수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종점 후보군에 올랐다. 2008년 2월 경기도가 하남-양평 민간투자사업 제안을 받고 양평고속도로 건설을 검토한 이래 14년여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5월 16일부터 이듬해 5월 8일까지 1년 동안 양평고속도로 관련 회의는 총 15번 이뤄졌다. 한 달에 1번 이상 진행된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7차례는 회의자료상 종점이 강상면 등으로 기재됐다. 2번은 '강상면'으로 특정됐고, 그 외 5번은 '대안노선'으로 표현됐다.
그동안 원 전 장관 측은 회의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참여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회의 총 15차례 중 10번은 국토부 세종청사에서 진행됐다. 그 외 1번은 도로공사, 2차례 수서역, 1차례 서울국토청, 1차례 서울역 인근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이 밖에도 윤 전 대통령 당시 국토부는 '종점변경은 양평군과 용역사 의견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해 왔었다. 그렇지만 김 전문위원에 따르면 2022년 7월 26일 양평군은 기존 계획과 유사한 노선을 1안으로 둔 채 강상면 등을 2안과 3안에 제시했다. 최근 특검 수사 과정에서 용역사를 통해 "인수위 시절 국토부 관계자가 종점 변경 검토해보라"는 진술이 나온 만큼 윤 전 대통령 당시 국토부 주장은 신빙성을 잃은 형국이다.
특검팀은 올 7월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등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여기서 양평고속도로 건설 관련 계약서와 노선도 및 회의록 등을 확보했다. 이 사업 관련 최종 결재본뿐 아니라 초안이나 가안, 중간본 등도 확보했다. 단, 상당수 회의록이 구체 내용을 기록하기보단 일시와 참석자 및 회의 장소 등만 기재한 형태가 많다고 알려졌다.
이어 10월 16일에는 윤 전 대통령 인수위에 파견됐던 국토부 공무원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도 나섰다. 해당 공무원이 몸담은 부서와 자택 등이 대상이다. 특검팀은 이날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인수위 압력의 실체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윗선 수사를 향한 일종의 '빌드업'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우철 전문위원은 "회의 자료뿐 아니라 관련 보고서 등도 검증을 거쳐 노선변경 과정에서 종점변경 사유, 특수관계인 부동산 이격거리, 부지편입 가능성 등이 논의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원 전 장관 취임 첫날부터 강상면이 대안 노선으로 거론된 만큼 인수위 시절 기록도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원 전 장관이 임기 중 양평고속도로 논란이 일자, 사업을 백지화한 지점도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문위원은 "해당 사업 백지화는 국토종합계획, 고속도로건설 5개년 계획 등 14개 상위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과제"라며 "실정법상 '대도시권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위반으로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후인 2022년 5월 16일부터 15차례가량 열린 회의에서 강상면은 7번 종점으로 구체적 거론됐다. 자료=김우철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제공#'강압수사' 논란, 특검 위기
이처럼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차츰 진실에 다가가곤 있으나 남은 절차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특검 수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이 숨진 사건 때문이다. 고인은 김건희 씨 일가에 대한 특혜를 제공한 혐의 피의자로 지난 10월 2일 특검 조사를 받고 지난 10일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 그의 변호사는 "특검팀 강압 수사 때문에 고인은 허위진술을 하는 등 심적 고통이 컸다"고 주장한다.
야당 비판도 거세다. 국민의힘은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중기 특검을 특검하자"고 요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중기 특검이 양평군 공무원 극단 선택을 계기로 수사방식 전반을 재점검한다고 한다"며 "중이 제 머리 깎을 수도 없고, 폭력수사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김형근 특검보는 지난 10월 13일 브리핑을 열고 "고인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며 "유족들에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사건 수사 상황 및 수사 방식을 면밀하게 재점검해서 사건 관계자들의 인권 보호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도록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특검팀은 양평군 공무원의 변호인이 신청한 조서 열람복사 신청은 거부했다. 피의자였던 고인이 사망함으로써 변호인과 위임관계가 종료됐다는 판단에서다.
삼부토건 의혹과도 접점 원희룡 수사 불가피…출금 연장될까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이 한창인 당시 주무부처였던 국토교통부를 책임진 원희룡 전 장관은 특검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23년 10월 27일 원희룡 당시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양평고속도로 관련 의원들 질의를 듣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김건희 특검'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양평고속도로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소환조사도 임박했단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이미 원 전 장관을 피의자로 적시한 상태다. 지난 7월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는 원 전 장관도 피의자로 쓰였다고 한다.
원 전 장관은 그 밖에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도 접점이 있어 특검 수사는 시간문제다. 그는 2023년 5월 22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여했다. 삼부토건은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떠올라 주가가 폭등했다. 김건희 씨와 가깝다고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직전인 2023년 5월 14일 지인들에 "삼부체크" 등 메시지를 보내며 관련 정보를 미리 알았단 의혹을 받고 있다.
원 전 장관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만기가 10월 24일까지이므로 연장 여부가 특검의 수사 의지를 보여줄 가늠자로 꼽힌다. 다만 원 전 장관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그는 현재도 비교적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 중이라고 알려졌다. 최근까지 서울 여의도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꾸준히 하는 등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원 전 장관은 2023년 12월 국토부에서 퇴임한 후 올 9월에는 국민의힘 인천 계양구을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는 등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인천에서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최근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당 운영에 조언을 남겼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