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은 오뚜기에 2위 자리를 내준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2위 자리를 탈환했으나 ‘한 달 천하’로 그친 듯하다. 오뚜기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2위 자리에 오른 지 한 달 만인 11월 다시 0.1%포인트 차로 삼양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12월에는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양은 시장 조사 업체인 AC닐슨의 공식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자체 집계 점유율 현황은 밝히지 않았다.
여하튼 ‘10년 2위’의 자리를 사수해야 하는 삼양으로선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접전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같은 차원에서 최근 삼양은 영업조직 통폐합 등 긴축에 본격 돌입했다. 삼양은 최근 호남과 수도권의 영업조직을 통폐합했다. 최근 1년간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감소세를 보이는 데 따른 비용 절감 차원이다. 삼양 관계자는 “영업 조직 수를 줄이고 이름도 바꿨다”며 “조직 통폐합보다는 조직 개편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2011년 7월 출시된 ‘나가사끼 짬뽕’이 ‘하얀 국물’ 열풍에 올라타며 삼양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월 16.6%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가 급격히 식자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지난해 10월 12.7%의 점유율을 기록, 3위로 밀려난 것이다.
기존 4강 체제이던 국내 라면 시장에 ‘풀무원’이라는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한 것도 삼양으로선 부담스러운 점이다. 지난 2010년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라면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로 라면 사업에 뛰어든 풀무원은 2년 만인 지난해 9월 이후 대형마트 봉지라면 ‘판매액 점유율’ 기준으로 농심, 오뚜기, 삼양에 이어 업계 4위로 올라섰다. 비록 시장점유율 4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웰빙 붐을 타고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바른 먹(을)거리’를 표방하는 풀무원의 라면 제품이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삼양 입장에서 1위는 저만치 멀리 있고, 3위는 턱 밑까지 쫓아오는 데다 잠재적 유력 경쟁자까지 등장했으니 자연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형국이다. 주력인 라면의 부진 속에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역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영증권 김윤오 연구원은 “하얀 국물 제품 판매 감소와 판매관리비 증가 여파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1% 감소한 3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자 삼양은 최근 조직 개편뿐 아니라 영업 시스템도 비용 효율적 구조로 바꿨다. 라면 업계에서 10년째 영업을 담당해 온 한 인사는 “삼양이 최근 지점 간 통합과 더불어 물류도 위탁으로 바꿨다”며 “배송직원들의 경우 3개월의 위로금을 주고 사직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삼양은 최소의 비용을 들여 영업 사무실만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영업 직원의 경우 담당 지역에서 주문만 받아 전산으로 입력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고 보탰다.
기존에 삼양은 배송 트럭 1대에 배송 직원과 영업 담당 직원이 동석했다. 영업 직원이 현장에서 제품을 하차, 진열하고 주문까지 받는 영업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삼양은 영업과 물류를 분리해 물류를 위탁으로 돌리고, 영업 담당 직원은 오로지 영업만 담당토록 했다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보다 업그레이드된 전사적 전산시스템 교체 작업도 병행됐다. 이는 비용을 줄이는 한편, 영업 극대화를 통한 점유율 회복을 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양 측은 “자체 물류센터만 갖고 배송만 외부의 물류 전문 업체에 위임하는 방식이지만 최근에 진행된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삼양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프로모션도 줄일 계획이다. 삼양은 지난해 ‘나가사끼 짬뽕’ 1주년을 맞아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각 100명씩 200명에 대해 일본 관광 이벤트를 진행했다. 삼양 관계자는 “지난해 ‘나가사끼 짬뽕’ 1주년 출시를 기념해 대규모 프로모션을 실시했는데 좀 무리한 면이 있었다”며 “올해는 프로모션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판로 위해 때론 ‘밑지는 장사’도…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의 PB(Private Brand·자체브랜드) 제품 요구가 증가하는 것도 라면 업체들에게는 부담 요소다. PB란 생산 설비를 갖추지 않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 받아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제품이다.
라면 업계에서는 농심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PB 제품을 생산한다. 각사에 확인한 결과 삼양은 3~4종, 오뚜기는 1종, 팔도는 10여 종의 PB 제품을 납품하고 있었다. 문제는 바잉 파워(Buying Power·구매력)를 가진 유통업체들을 ‘슈퍼 갑’으로 모셔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이정희 중앙대 교수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사의 PB 실태를 조사한 결과 PB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평균 23% 싼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가격 책정을 위해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납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로서는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마진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게 PB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에서 중소 업체들의 판매를 좌우할 만한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소 업체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해당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