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진 직지심체요절(1377년)이나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경(1452년)은 금속활자로 찍은 인쇄본 책만 존재할 뿐 실제 활자는 남아 있지 않다. 증도가자는 직지보다 100년 이상 앞선 1239년경에 제작된 금속활자 실물인데 인쇄본 책은 남아 있지 않다. 1239년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남명천화상송증도가’만 존재하는데 책 말미에 이전에 금속활자로 찍은 서적이 있다고 적혀 있다.
과학적으로는 이미 입증이 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일본 팔레오라보(Paleolabo) 연구소, 서울대기초과학공동기기원에서 총 네 차례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증도가자가 13세기 제작 금속활자로 판명됐다. 2017년 유물 지정 신청을 거부할 당시 문화재청 역시 “증도가자는 아니지만 고려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비교 조사 불가능, 출처 및 소장 경위 불분명 등을 이유로 지정을 거부했다.
문화재청은 “위작이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그것이 곧 진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해외 유출 방지 필요성은 언급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의 유물 지정 신청 1년 뒤인 2018년 중국에서 열린 학회에서는 일부 중국 학자들이 “증도가자는 송·원나라 유물”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증도가자를 자국 유물로 규정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다보성갤러리는 신청 당사자임에도 아직 문화재청으로부터 위원회 조사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점(행정절차법 위반)과 위원회 결정 과정의 문제점 등을 감사원에 감사를 제보했다. 감사원은 관련 조사를 거쳐 해당 사안을 국가유산청에서 재조사하도록 심의를 이첩했다. ‘재심의 가능 여부는 소관 기관인 국가유산청이 직접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2024년 5월 명칭이 국가유산청으로 변경됐다.

이어 “떠도는 얘기에 의하면 ‘직지심경파’가 고의로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확인돼 국가유산으로 지정되고, 직지심경보다 앞선 금속활자로 판명될 경우 본인들의 권위 등이 떨어질까 봐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진위 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저희들도 자체적으로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면서 “확인해 봐야겠지만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답변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