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삼촌’들이 모인 팬 미팅
김다나는 지난 연말 생애 첫 팬 미팅을 열었다. 흔히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팬 미팅이 김다나의 이름을 걸고 진행된 것.
“팬 미팅이 있기 전 걱정이 많았어요. 과연 누가 오시기나 할까? 몇 명이나 오실까? 싶었던 거죠.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같이 식사도 하고, 골프도 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었죠. 하지만 팬 층이 여느 연예인들과는 틀려요. 주로 40대 이상의 ‘삼촌’ ‘아저씨’들이 많으셨으니까요(웃음).”
한마디로 골프 마니아들 중에서 김다나의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팬으로 뭉쳤다는 얘기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라서 팬을 신경 쓰거나 의식하지 못하는데, 팬 미팅 이후로는 제가 하는 골프가 어떤 사람한테는 기쁨과 행복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팬들을 만나고 나서 한층 든든해졌어요. 제 뒤에 계시는 ‘삼촌’ ‘아저씨’분들 때문에요.”
# 한국 무대 적응과 어려움
김다나는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다. 10년 전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가 열네 살인 2003년서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것.
“대부분의 선수들은 초등학교서부터 골프채를 잡거든요. 전 그보다 한참 늦게 시작했으니까 밥 먹고 잠자는 것 빼놓고는 훈련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이 연습 삼아 출전했던 아마추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어요. 그 덕분에 뉴질랜드 국가대표에 뽑혔고,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죠. 당시 미국과 한국 진출을 놓고 진로 문제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후 미LPGA에 도전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KLPGA Q스쿨에 응시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Q스쿨에 통과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2009년 KLPGA에 첫발을 내딛은 김다나는 기존의 한국 선수들과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감정들이 오고갔다고 말한다. 다른 선수들은 부모들의 밀착 뒷바라지를 받으며 투어에만 집중하지만 김다나는 혼자 다니면서 이런저런 환경들에 부딪혀야 했기 때문에 몇 배는 더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하고 계셨고, 아빠는 한국에 계셨지만 일 때문에 절 따라다니실 수 없었어요. 정말 외롭더라고요. 힘든 부분도 많았고. 결국엔 주니어 골퍼로 활동하던 동생이 제 캐디를 맡았고, 엄마도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시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됐습니다.”
언니의 캐디로 활약하며 KLPGA 준우승을 도운 동생 김다빈은 올 시즌부터 자신의 골프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캐디 역할과 골프를 같이 해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 많아요. 새로운 캐디도 구해야 하고, 호흡도 맞춰야 하고…. 동생이랑 하면서 마음 편하게 골프를 쳤는데, 올해부턴 동생이랑 헤어져야 해서 아쉬워요. 하지만 어차피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동생의 선택에 응원을 보내요. 나중에 프로 무대에서 꼭 동생을 만나 대결을 벌이고 싶어요.”
# 기자·아나운서 꿈 꿨지만…
김다나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부터 스포츠 마니아였다. 특히 메이저리그, NBA는 선수들 이름부터 성적, 프로필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로 좋아했다. 부모는 김다나의 해박한 스포츠 지식을 접하며 막연히 스포츠 기자나 스포츠 아나운서를 그려봤다고 한다.
“삼촌이 1990년대 LG에서 투수로 활약하셨던 김태원 씨예요. 삼촌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야구장에 자주 갔어요. 그런데 그때 제 손에는 항상 노트가 있었어요. 선수들 이름과 성적을 적은 노트가. 때론 그 노트에 선수들 경기력에 대한 분석도 써놓곤 했어요. 덕분에 LG 야구를 좋아했고, 삼촌이 은퇴 후에는 두산으로 갈아탔습니다(웃음). 그랬던 저인지라 골프를 시작하게 됐을 때 집에서도 자연스레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어쩌면 삼촌이 야구선수이고, 제가 야구를 비롯해 스포츠를 좋아하고, 분석해 나갔던 부분이 골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는지도 몰라요. 골프에 대한 분석도 만만치 않은 내공이 필요하니까요.”
김다나는 지난해 KDB대우증권클래식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박세리를 통해 대선배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 집념에 대한 존경심을, 그리고 남다른 아우라에 대해 감탄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 이런 소망을 갖게 되었다.
“올 시즌에는 우승이란 ‘점’을 찍고 싶어요. 그래야 다음에는 ‘박세리 프로 같은 골퍼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제 골프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바로 2013년인 것 같아요.”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