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그냥 예능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강호동(씨름), 서장훈(농구), 안정환(축구), 박세리(골프) 등 각 종목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은퇴 후 방송행을 택한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김연경의 사례는 다소 다르다. 그는 실제 여자배구 ‘제8구단 창단’을 목표로 감독직을 수락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쏟아내는 김연경의 독설과 직설은 숱한 화제를 모으며 “멘토 부재의 시대에 만난 진정한 멘토”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재 여자배구는 7개팀 체제로 운영된다. 이 안에 들지 못하면 배구로 밥벌이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저변이 넓지 않으면 배구의 발전 역시 도모하기 어렵다. 그래서 김연경은 ‘신인감독 김연경’을 이끌며 프로구단에서 방출된 선수와 프로행을 목표로 삼는 선수, 이미 은퇴했지만 다시 현역 복귀를 꿈꾸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맏언니 표승주와 몽골 출신 인쿠시를 비롯해 김나희, 이나연, 구솔, 윤영인 등이 김연경호에 탑승했다.
이 팀의 이름은 ‘필승 원더독스’다. 기적, 경이를 의미하는 원더(Wonder)와 약체를 뜻하는 언더독(Under dog)을 조합해 만든 팀명이다. 여기에 필승을 붙인 이유는 그들에게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원더독스는 총 7게임을 치른다. 여기서 승률 50%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4게임 이상 승리해야 생존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는 팀은 해체된다. 이미 한 차례 좌절을 겪은 이들의 꿈이 또 한번 꺾이는 셈이다.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김연경의 독설이 시작된다. 그가 ‘식빵 언니’라 불리게 된 이유를 되새겨보자. 승부욕이 남다른 김연경은 경기 도중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무의식중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식빵’이라는 방송 노출 가능한 용어로 순화됐다.

하지만 ‘신인감독 김연경’ 속 김연경은 다르다. 그의 발언은 더 이상 스스로를 향하지 않는다. 그가 이끄는 팀의 선수들을 향한다. 일본 슈지츠 고교의 맞대결 앞두고 김연경은 “지면 숙소에서 나오지 마라. 배 타고 헤엄쳐서 와라”라고 칼을 갈았다. 그럼에도 원더독스는 슈지츠 고교와 대결에서 2 : 0으로 앞서다가 2 : 3으로 역전패했다. 승부는 냉혹하다. 정신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승리는 없다.
그래서 김연경은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 중에 범실로 점수를 내준 후 동료들을 향해 사과하는 선수를 향해 “미안하다고 하지 마, 미안하다고 하다가 경기 져!”라며 경기에 집중할 것으로 주문했다. 김연경의 조언을 지키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선수를 교체하며 “자신감 있게 할 거 아니면 들어가지 마, 여기서 그냥 놀아 인마!”라고 외친다.
김연경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시청률은 2.2%로 시작했으나 4.7%로 껑충 뛰었다. 덩달아 ‘신인감독 김연경’뿐만 아니라 여자배구를 향한 대중적 관심 역시 커졌다. 이 프로그램에서 원더독스와 대결한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10월 1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연경이를 통해 배구의 인기가 확장되면 무조건 좋은 일이 아닌가. 바람을 타고 또 하나의 구단이 생긴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연경은 선수 때 못지않은 열정을 보이고 있다. 경기를 마친 뒤 가진 미팅에서 패배의 원인을 찾는 선수들에게 그는 “뜬구름 잡는 얘기 말라. ‘긴장돼서 못 했다’고 핑계를 대면 수만 가지가 댈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뼈아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충고다. 이는 비단 선수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안일한 생각으로, 회피하는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향해 김연경이 날리는 피할 수 없는 비수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