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은 지난 18일 경기에서 승리하며 리그 33라운드 종료 시점에 우승을 확정했다. 상위 6팀과 하위 6팀이 나뉘어 맞대결 5경기를 펼치는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이전에 파이널 라운드가 열리기 전 우승을 확정 지었던 유일한 팀은 2018시즌 전북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세운 기록에 다시 한번 도달했다.
이번 시즌 전북의 우승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10위로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에 일부 반등이 예상됐으나 우승은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심기일전한 전북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거스 포옛 감독을 앉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등 빅리그에서 사령탑을 지냈고 유럽에서 국가대표팀(그리스)을 이끄는 등 경험 많은 지도자였다. 팬들로선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포옛 감독 체제의 전북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월부터 재개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 일정에서 16강을 통과하고 K리그 개막전에서 승리를 신고했으나 이내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그 2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4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2무 2패). 그사이 홈앤어웨이로 치러진 챔피언스리그2 8강에서는 시드니를 상대로 2패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전북으로선 지난 시즌의 악몽이 반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반등은 6라운드부터 시작됐다. 3월 30일 FC안양전에서 무승 사슬을 끊은 전북은 8월 16일 대구FC전까지 약 5개월간 리그 21경기에서 패배가 없었다. 이 기간 무승부는 4회뿐이었다.
달라진 점은 라인업이었다. 이전까지 포옛 감독은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했다. 하지만 베테랑 위주의 백4 라인, 강상윤, 김진규, 박진섭 3명의 미드필더, 송민규, 전진우, 콤파뇨 공격 삼각 편대가 틀을 잡은 이후 전북은 패배를 잊은 팀이 됐다. 포옛 감독은 시즌 초반 선수단과 리그를 파악하는 기간을 거쳐 선발 라인업을 확고히 정한 듯했다.
무패 기간이 이어지며 포옛 감독은 고집스레 같은 선발 명단을 냈다. 선수들은 맹활약으로 보답했고 이렇다 할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외부에선 선수 체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으나 전북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 같은 전북 선두 질주의 원동력으로는 강도 높은 체력훈련이 꼽힌다. 포옛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으며 수석 코치, 분석 코치와 함께 별도의 피지컬 코치까지 자신의 '사단'으로 채웠다.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부터 자신들만의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그 휴식기에 돌입하는 시점에도 휴식기 초반 선수단에 휴가를 줬다가 재소집해 훈련에 돌입하는 타 구단과 달리 전북은 피지컬 훈련을 별도로 진행한 뒤 휴식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집스러운 선발 라인업 고정에도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준비돼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시즌 전북이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 중 하나는 포옛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이다. 전북은 국내 정상급 자원이 모인 팀이다. 이번 시즌 특정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쏠렸음에도 별다른 선수단 내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 벤치 자원으로 밀린 '슈퍼스타' 이승우는 리그 출전 시간을 합해 900분이 되지 않는다. 리그 34경기를 치르는 동안 10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별다른 볼멘소리는 없었다. 그는 팀 우승이 결정된 이후 구단 식당 직원, 장비 담당자 등에게 선물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또한 조기 우승 확정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은 지난 K리그2 36라운드에서 경남FC를 상대로 승리, 승점 77점을 기록하며 2위 수원삼성과 격차를 10점으로 벌렸다. 리그 종료까지 3경기를 남겨둔 상황, 남은 일정에서 인천이 전패해도 순위는 뒤집어지지 않게 됐다. 자동 승격 티켓을 거머쥔 인천은 곧장 K리그1로 향하게 됐다.
인천은 직전 시즌까지 1부리그에서 경쟁하던 팀이다.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를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강등을 경험했다. 이전부터 자주 강등권에서 경쟁을 펼쳤으나 끝내 1부리그에 남으며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2024시즌은 이 같은 별명이 무색하게 플레이오프 없이 2부리그로 향했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강등, 혼란은 필연적이었다. 강등의 책임을 지고 장기간 팀의 살림을 맡은 전달수 대표이사가 사퇴했다. '비상혁신위원회'가 출범했으나 혁신위 안팎으로 잡음이 일었다. 혁신위는 새 감독을 선임했으나 기존 감독과의 계약 정리 문제로 소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새롭게 인천 지휘봉을 잡게 된 윤정환 감독은 취임식에서 "감독 선임에 있어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말을 남겼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인천에 중요한 부분은 예산이었다. 시민구단이기에 구단 운영의 큰 부분을 인천광역시 예산이 차지한다. 인천시는 2부리그로 강등됐다고 해서 예산을 깎는 것이 아닌, 승격 독려를 위해 전 시즌과 같은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구단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결별 없이 전력을 대거 유지할 수 있었다. 무고사, 이명주, 제르소 등 1부리그에서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이번 시즌을 함께했다.

새로운 팀 인천에서도 윤 감독은 강원에서 성공을 거둔 방식을 일부 따랐다. 백4 형태로 경기를 시작하지만 비대칭 백3 형태로 후방 빌드업에 나선다. 빠른 반대편 전환을 통해 상대를 공략한다. 측면 자원인 민경현을 중앙 미드필더로, 미드필더 자원인 신진호를 공격수로 이동시켜 재미를 보는 파격적인 포지션 변경도 이어졌다.
인천 조기 우승의 원동력은 시즌 초반 질주에 있었다. 개막 2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들은 3라운드에서 첫 패배를 안았으나 7월 초 19라운드까지 지지 않고 승점을 쌓았다. K리그2 14개 구단이 첫 맞대결을 펼치는 13경기 구간에서 인천의 성적은 11승 1무 1패였다. 이때 따낸 승점을 기반으로 인천은 1년 내내 선두 자리를 공고히 유지했다.
또한 인천은 유력한 우승 경쟁자였던 수원과의 맞대결에서 철저히 우위를 점하며 격차를 벌렸다. 이번 시즌 수원을 세 번 만나 2승 1무로 절대 우세를 보였다. 수원은 지난 시즌 대비 발전한 경기력으로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자리에는 여유 있게 진입했으나, 선두 인천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인천 우승의 수훈 선수로는 제르소가 첫손에 꼽힌다. 지난 시즌 강등 확정 이후 이적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인천에 남아 1년 만의 승격을 이끌었다. 이번 시즌 35경기에 나서 12골 11도움으로 만개한 기량을 과시했다. 침체된 기간 없이 1년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34세 시즌이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는 여전하다. 이외에도 함께 호흡을 맞추는 무고사는 20골을 기록, 지난 시즌 1부리그에 이어 2부리그에서도 득점왕에 등극했다.
축구계에는 '우승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는 격언이 있다. 최고의 1년을 보낸 전북과 인천이지만 다가오는 시즌 이들은 더 큰 도전을 맞이한다.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인천은 K리그1 무대로 각각 복귀한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미 물밑에서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 주요 선수 재계약, 선수 영입 등 과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북과 인천이 올 시즌의 성공을 뒤로 하고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