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니 쇼헤이가 지구상 최고의 야구선수라면,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세계에서 가장 몸을 잘 쓰는 투수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트레이닝을 지도하는 기쿠치 다카유키의 말이다. 이번 다저스의 우승에서 야마모토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기쿠치 트레이너는 야마모토의 투구에 대해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고, 릴리스 포인트(투구 시 공을 놓는 지점)에 100%의 힘을 집중한다”고 분석했다.
야마모토의 키는 178cm, 체중은 80kg이다. 다저스 선발진 중에 단연 작다. 오타니(193cm·95kg), 타일러 글래스나우(203cm·102kg), 블레이크 스넬(195cm·102kg)과 비교하면 체격 차이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격차는 마운드 위에서 의미를 잃는다. 야마모토의 평균 포심 구속은 153.5km/h로, 오타니(158.4km)에는 미치지 않지만 스넬(153km)과 글래스나우(154km)에 필적한다. 기쿠치 트레이너는 “그만큼 신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필요 최소한의 힘으로 던지기 때문에 피로가 적고 부상 위험도 낮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2차전을 완투한 지 이틀 만에, 연장 18회 혈투가 이어진 3차전에서도 불펜에 대기하며 몸을 풀었다. 기쿠치 트레이너는 “이런 효율적인 움직임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세밀한 훈련의 축적이 만든 결과”라고 강조한다.
야마모토는 무작정 연습량을 늘리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선별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철학을 지녔다. 그의 상징적 훈련법이 바로 ‘브리지(Bridge)’와 ‘창던지기’다. 웨이트트레이닝 대신 유연체조에 가까운 브리지 운동으로 신체의 연동성을 높이고, 플라스틱 창을 던지는 훈련을 통해 팔꿈치와 어깨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상적인 투구폼을 익힌다. 마치 투창 선수처럼 전신을 활용해 한 번에 힘을 발산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 훈련법은 한때 주위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야마모토는 “내게 잘 맞고 확실한 결과를 내고 있다면 그게 정답”이라며 지금도 계속해오고 있다.

다저스의 우승에는 오타니와 사사키의 활약도 절대적이었다. 오타니는 타석과 마운드 양쪽에서 ‘외계인급’ 기량을 선보였고, 시즌 막판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향한 사사키는 포스트시즌에서만 3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들의 존재감은 메이저리그의 경제적 파급력으로도 이어졌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스폰서 수입 총액이 처음으로 20억 달러(2조 8900억 원)를 돌파했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다저스가 있다. 다저스의 연간 스폰서 수입은 약 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보유한 76개 스폰서 중 20곳이 일본 기업이다. 포브스는 “오타니, 야마모토, 사사키 영입으로 인한 일본 시장 효과가 막대하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일본 야구계는 어떻게 이렇게 꾸준히 특출난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을까. 야구 저널리스트 신구 아키라는 “일본 야구가 스포츠 과학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과거 일본 스포츠계는 ‘정신력’과 ‘경험주의’가 지배적이었다. “선배가 하던 대로 하라”는 식의 관행이 뿌리 깊었고, 체계적인 분석보다는 근성과 반복이 중시됐다.
변화의 바람은 1990년대 초 J리그 창설과 함께 불었다. 일본 축구가 세계를 목표로 하면서 해외 이론과 과학적 훈련법을 적극 도입했고, 야구도 그 영향을 받았다. 특히 노모 히데오의 메이저리그 성공은 일본 야구가 새로운 시대를 맞는 신호탄이었다. 이 무렵부터 미국의 스포츠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돼 ‘어깨 안정에는 이너머슬 훈련이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오프에 쉬는 선수들이 없어졌다. 다들 스윙이나 투구에 필요한 근육을 트레이닝으로 단련했던 것. 영상기기의 발달로 이상적인 투구폼과 스윙 궤적을 분석하는 연구도 활발해졌다. 오타니, 사사키 같은 일본의 ‘괴물급’ 선수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탄생했다. 현재는 고교 야구에서도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투구 시 공의 구속, 회전수, 회전축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 측정하고 분석하는 장비 ‘랩소도’를 활용하는 학교가 적지 않다. 감(感)에 의존하던 훈련은 이제 데이터와 논리에 기반한 과학으로 대체됐다.

일본 야구의 국민적 인기도 단단한 밑거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지금도 학교를 마친 주인공이 가방을 던져두고 친구들과 야구를 하러 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야구가 일상에 스며든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재능 있는 선수들이 발굴되고 성장한다.
일본에서 유독 야구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야구의 철학이 일본인의 가치관과 닮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야구는 팀워크, 노력, 인내를 중시하는 스포츠다. 선수는 매 타석과 투구마다 최선을 다하고, 팀 전체가 하나로 움직인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인에게 익숙한 미덕과 맞닿아 있어 많은 이들이 그 안에서 감동을 느낀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타니다. 그는 10월 18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투타 겸업으로 출전해 3홈런을 폭발시키고, 6이닝 동안 무실점·10탈삼진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 활약으로 다저스는 리그 우승과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고, 오타니는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타니는 트로피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 위에 ‘TEAM EFFORT(팀의 노력)’라는 문구를 새겼다. 혼자 잘해서 받은 트로피가 아니라, 팀 전체의 성과라는 뜻이었다. 야마모토 역시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야구를 하며 노는 게 가장 즐거웠다. 모두가 활약해 함께 이기는 것, 그것을 위해 열심히 던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그들(오타니, 야마모토, 사사키)은 정말 친절하다. 팀을 위해 기꺼이 무엇이든 해주고 기꺼이 등판해 준다”며 월드시리즈에서 헌신적으로 팀을 위해 뛴 일본인 선수들의 자세를 칭찬했다. ‘과학과 논리’ 그리고 ‘노력과 팀워크’, 이 상반된 가치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지금의 일본 야구를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