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가 검거한 마약사범 76명 가운데 한 명인 밀수책 A 씨는 현역 군인이다. 해군 상병인 A 씨는 지난 4월 태국으로 출국해 현지 상선에게 샴푸로 위장한 액상 대마 200ml를 받아 국내로 들여왔다. 현역 군인 신분이지만 휴가 기간을 활용해 태국에 다녀온 것으로, 소속 부대장에게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출국했다. 현재 A 씨는 구속 상태로 경찰은 그가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사건을 해군 광역수사대로 이관했다. A 씨는 마약류 밀반입 등의 혐의로 사법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무단 출국에 따른 군 징계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보충역과 대체복무요원으로 군 복무 중인 이가 허가 없이 무단 출국하면 형사처벌 대상인데 반해 현역 군인은 별도의 형사처벌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단으로 출국해도 형사처벌 없이 군 징계만 받으면 된다. 이에 경찰은 국방부와 해군본부에 현역 군인 출국 시 신분 및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통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개선점을 요구했다.
A 씨는 지난 3월 코인 정보 공유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마약 채널 운영자에게 "한 번 운반에 500만~6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 A 씨는 한 달 뒤 휴가 기간에 태국을 다녀왔다. 그 이후에도 A 씨는 꾸준히 마약 채널 운영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를 위해 A 씨는 부대에서 허가받지 않은 휴대전화 1대를 무단 반입해 마약상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역시 군 휴대전화 사용 규정을 어긴 것이라 징계가 불가피하다. 경찰은 국방부와 해군본부에 현역 군인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강화된 관리시스템 마련도 개선사항으로 통보했다.
마약상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현역 군인 신분인 A 씨는 휴가 기간이 아니면 해외로 출국할 수 없다. 그래서 친구를 활용했다. 마약 밀반입 제안을 받고 4월에 태국으로 출국할 당시 동행한 친구 B 씨다.

이번 사건은 현역 군인이 해외를 오가며 마약을 밀반입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지만 사실 이런 사례가 매우 드문 것도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마약류 범죄로 적발된 현역 군인이 무려 69명이나 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마약 사건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마약류 투약 및 흡연, 소지, 공모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된 군인은 69명(육군 56명, 해군 및 해병대 11명, 공군 2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사병이 45명으로 가장 많고, 부사관은 19명, 장교는 2명, 군무원은 2명, 후보생이 1명이었다.
대부분 마약 투약 관련 혐의로 적발됐지만 이번에 적발된 A 씨처럼 현역 군인이 마약 판매나 공급책으로 활동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C 하사는 2024년 1월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마약 판매상에게 제안을 받고 코카인, 필로폰 등의 마약류를 수거, 소분, 은닉 등을 하는 마약 공급책으로 활동하다 적발돼 징역 5년에 1억 2500여 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또한 D 병장은 2020년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구매해 21회에 걸쳐 투약했다. 그런데 본인만 투약한 게 아니라 텔레그램에서 구한 마약을 더 비싼 값으로 되팔아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D 병장은 징역 3년에 2135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휴가를 활용해 해외로 무단 출국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한 현역 군인까지 등장하고 말았다. 마약 오염국이 된 대한민국의 또 다른 슬픈 자화상이다. 마약 불법 투약이 빈번해지면서 군 입대 전 마약에 중독돼 현역 군인 신분으로 마약을 불법 투약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불법 투약이 아닌 돈 벌이 목적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류 유통사범은 48명 가운데 20~30대는 14명인데 10명은 투약 전과 없이 돈벌이 목적만으로 마약류 유통 범죄에 가담했다. 그러다 보니 회당 500만~6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은 현역 군인까지 휴가 기간에 해외를 오가며 마약을 밀반입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말았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