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제한이 쿠팡·컬리·오아시스 등 핵심 플레이어들의 사업 구조를 정면으로 흔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기업은 지난 수년간 빠른 배송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물류센터 확충, 자동화 설비 도입, 인력 채용 등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쿠팡만 해도 지난 10년간 투입한 물류 투자액이 6조 2000억 원을 넘고, 내년까지 3조 원을 추가해 2027년까지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컬리 역시 네이버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론칭하며 샛별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쿠팡이나 컬리를 찾는 가장 큰 이유가 빠른 배송인데, 새벽배송이 막히면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며 “수년간 투입된 물류 투자가 의미를 잃게 되면 기업 가치와 상장 계획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이 이미 생활과 유통 전반에 깊게 자리 잡은 서비스인 만큼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1월 8일 초심야시간 새벽배송 중단이 민생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며, 새벽배송 금지가 현실화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 청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입점상인분들뿐만 아니라 새벽배송으로 식재료 등을 받아 장사하시는 자영업자 분들도 많아진 상황에서 새벽배송을 중단할 경우 경제 생태계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들 역시 생계가 걸려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이 중단돼 택배 물량이 약 40% 감소할 경우 소상공인 매출이 18조 3000억 원 줄고, 이커머스 매출 감소 33조 원을 포함한 총 경제 손실이 5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새벽배송 시장이 2015년 4000억 원에서 2024년 11조 8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과일·식재료 등 소상공인이 주력으로 판매하는 품목의 유통을 크게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2023년 기준 쿠팡 셀러 중 약 21만 명(75%)이 소상공인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새벽배송 제한 논의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1월 13일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 청원이 등록됐고, 19일 오전 기준 동의 수는 1만 1100명을 넘겼다. 청원인은 두 자녀를 둔 워킹맘이라고 밝히며 새벽배송이 “야간 장보기가 어려운 맞벌이 가정의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단순히 편리한 정도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을 지탱하는 수단이 된 만큼 새벽배송 자체를 금지한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지난 11월 17일 서울 서대문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초심야시간 관련 새벽배송 금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조는 오전 5시(05~15시 근무)·오후 3시 출근(15시~24시 근무)의 ‘주간 연속 2개조’ 체제를 도입하면 새벽배송을 제한해도 물량을 분산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프레시백 회수 전담 인력 운영, 배송마감시간 조정, 야간 기준 주 46시간 근로시간 단축, 주 5일 근무, 최저수수료제 도입 등을 사회적 대화 기구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민주노총이 제안한 ‘자정~오전 5시 배송 금지’가 사실상 새벽배송 전면 중단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해당 시간대를 막으면 새벽배송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1~2시간 만에 소화 가능한 물량이 아닌데 배송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직장인과 학생들 출근·등교 시간과 겹치게 된다. 교통 혼잡과 엘리베이터 대기시간 증가로 택배기사의 업무 난이도가 크게 오르게 된다”며 “게다가 오전 5시에 배송을 시작하려면 누군가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출근해 상품을 포장하고 분류해야 한다. 결국 다른 노동자들의 야간근무가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 택배기사들 역시 새벽배송 중단 논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 명이 속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11월 3일 민주노총이 제안한 방안에 반대 입장을 내고, 새벽 배송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3%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쿠팡 직배송 기사 7000여 명을 대변하는 쿠팡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새벽배송은 쿠팡의 핵심 경쟁력이며, 해당 시간대 배송이 중단되면 상당수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물량이 주간으로 몰리면 교통 혼잡과 민원 증가 등 사회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선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새벽배송 논의의 출발점이 과로사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쿠팡 야간 배송 노동자들이 계속 사망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5월 정슬기 씨 사망 이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사회적 대화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노조가 개선안을 제출한 것”이라며 “단순히 근무 시간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새벽배송 금지 주장에 대해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벽 시간대 노동이 문제라면 5만 5000개 넘는 편의점의 야간 근무도 모두 중단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며 “이 논리대로라면 병원의 야간 당직이나 다른 필수 서비스 종사자들도 모두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은 분명 중요하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논의가 정치화되면서 정작 해결해야 할 본질을 놓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건강권 보장의 핵심은 ‘야간 여부’가 아니라 ‘근무량’이다. 건강권 논의는 ‘야간 노동을 몇 시간 했느냐’가 아니라 실제 근무 강도와 총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새벽배송 전면 금지보다는 건강권을 보장하는 예방 중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근무시간 총량제와 정기 휴식 의무화, 야간 노동자 대상 건강검진 강화, 자동화 설비 확충을 통한 인력 부담 완화, 선택적 야간근무제와 보건·수당 강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의료·치안 등 여러 산업이 교대제 등을 통해 24시간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택배도 기사들의 건강·휴식·안전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이 모색돼야 한다”며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채 야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지만, 충분한 휴식과 명확한 근로시간 관리가 가능하다면 서비스 중단 없이 노동권을 지킬 해법도 찾을 수 있다. 사회적 균형점을 찾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