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가장 은밀한 리베이트 수법” 충격
[일요신문] 국립암센터 등과 함께 간질환 진단기술을 공동 개발해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간질환 전문 내과 교수 A 씨(65)가 퇴임 이후 자신이 처방하는 비급여 의약품의 납품 구조를 사적으로 조정해 거액의 이익을 취한 정황이 드러났다. 공공 연구기관과 협력하며 의료공공성을 강조해온 인물이 퇴임 뒤에는 처방권을 기반으로 특정업체에 납품권을 몰아주는 구조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산 의료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허 등록 문서에는 국립암센터를 비롯해 여러 상급종합병원의 연구자가 공동 발명자로 기재돼 있으며, 이는 해당 기술이 단순한 개인 연구가 아니라 국가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공공적 의료기술 개발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기술들은 간 손상 정도를 정량적으로 판정하거나, 기존 혈액검사·영상검사만으로는 잡기 어려운 초기 간질환 위험을 포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간질환 진단 및 치료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처럼 A 교수는 퇴임 전부터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술 연구자로 명성과 신뢰를 쌓아왔지만, 그 이면에서는 정반대의 구조가 작동하고 있었다. 부산지역 복수의 병원에 따르면, A 교수는 자신이 처방하는 간질환 보조제 세 종류의 납품권을 특정 1인 CSO(판매대행업체) ‘D’사에 집중시키도록 병원 측에 반복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D 사는 대표 1명만 존재하는 ‘1인 회사’다. D 사 대표 B 씨는 A 교수가 모 대학병원 재직 당시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만난 이후 줄곧 A 교수의 수행비서처럼 움직여온 인물로 드러났다. 근무 병원이 바뀌면 대표 역시 A 교수와 함께 이동했고, 일정 및 차량 동행까지 담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형식상 대표만 존재할 뿐, 실질적 운영 주체는 교수 본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이는 의료계가 우려해온 차명 리베이트 구조의 전형적 형태”라고 말했다.
퇴임 이후 약 3개 병원에서 A 교수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급여 보조제 납품 규모는 총 1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병원 관계자는 “납품업체 변경을 논의하자 A 교수가 ‘진료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며 “해당 약품의 금전 흐름이 특정 경로로 전달된다는 소문이 지역 의료계에서 수년째 돌았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 연구기관과 특허 기술개발에 협업해 왔다는 업적을 내세워, 민간 유통 독점 구조의 신뢰 기반으로 활용됐다는 점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공공 연구 성과를 통해 쌓은 ‘간질환 권위자’ 이미지는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강한 신뢰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 신뢰가 오히려 D 사 독점 구조를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방패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계는 “공공 연구자로서의 명성과 퇴임 후의 상업적 이해가 뒤섞인 신종 리베이트 수법”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간질환 진단 기술 특허가 본래는 환자의 조기 진단과 치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공적 가치가 컸던 만큼, 그 연구자가 비급여 약 유통을 사적으로 설계했다는 사실은 의료윤리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는 것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2024년 10월부터 CSO 신고제가 시행됐지만, 1인 CSO의 위장 영업이나 차명 리베이트는 제도만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며 “의사의 납품 개입을 실질적으로 감시할 추가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역시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신이 처방하는 약의 납품권을 사실상 ‘자기 회사’에 몰아주는 행위는 의료윤리 파괴이자 환자 신뢰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퇴임 교수의 권위를 이용한 불법 이익 구조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위와 관련한 의혹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여러 차례 전화하고 메시지도 남겼지만, 회신이 오지 않았다. D 사 대표 B 씨도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A 교수가 현재 재직 중인 C 병원 이사장은 “D 사에 대해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다”며 “내가 아는 A 교수는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는 전체적인 프레임을 놓고 봐야 한다. A 교수를 음해하기 위해 제보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