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자산운용은 지난 2월 펀드 ‘HDC밸류애드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호(HDC밸류애드4호)’를 조성해 남산스퀘어를 매입했다. 남산스퀘어는 지하 3층~지상 23층, 연면적 7만 5252.45㎡의 업무시설과 판매시설, 근린생활 시설로 구성됐다. 매입 가격은 기존에 알려진 5805억 원보다 증가한 6211억 원으로 확인됐다.

HDC밸류애드4호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남산스퀘어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존 건물의 연면적을 약 9만 8000㎡까지 확장한다. 연면적 증가에 따라 임차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리뉴얼에 따른 임대료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1월 21일 HDC밸류애드4호 신탁업자(펀드재산보관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남산스퀘어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액은 1512억 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HDC밸류애드4호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개발에 참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투입한 출자금은 400억 원이다.
HDC자산운용은 정몽규 회장 일가의 사실상 가족회사다. HDC자산운용의 지분구조를 보면 정몽규 회장의 100% 개인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자산운용 지분 54.3%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 정몽규 회장의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정몽규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87.34%까지 오른다.
결과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HDC밸류애드4호 펀드에 출자하면서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HDC자산운용에 운용수익을 일정부분 보장한 셈이 됐다. 오너일가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인수가 아닌 간접 투자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실제 지난 7월~9월 사이 HDC자산운용은 HDC밸류애드4호를 운용하고 6억 원을 운용보수로 받았다. 매달 2억 원의 보수를 챙긴 셈인데, 매년 24억 원의 운용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HDC자산운용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수익이 37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영업수익이다.
그룹 내 또 다른 상장사인 HDC랩스도 100억 원을 투입하면서 HDC자산운용의 사업에 힘을 실었다. HDC랩스의 정몽규 회장 일가의 지배력은 62.69%다. 이렇게 투입된 계열사 자금은 총 500억 원이다. 결과적으로 HDC밸류애드4호에는 전체 순자산의 26.5%가량이 HDC그룹 계열사 자금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HDC밸류애드4호 펀드의 수익률이 악화될 경우,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DC밸류애드4호 펀드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과 HDC랩스가 투자한 HDC밸류애드4호의 투자위험등급은 1등급으로 위험도가 가장 높다. 한 부동산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펀드 가운데 투자위험등급이 1등급인 펀드가 꽤 있다”면서도 “이런 펀드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HDC랩스의 투자에 대해 “주요 기업이 펀드에 참여하면 다른 연기금 등의 투자를 유치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HDC자산운용의 사업에 계열사 자금이 동원되는 모습을 보이자 승계와 연관 짓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향후 HDC자산운용의 가치가 오르면 세 아들인 정준선(장남), 원선(차남), 운선(삼남) 씨의 승계에 디딤돌 역할이 가능하다. 이들 삼형제도 직간접적으로 HDC자산운용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다.

HDC자산운용의 가치가 상승하면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승계 작업은 초기 단계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정원선 씨만 임원(상무보)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삼형제가 직접 확보한 지주사 HDC 지분은 없다. 이들의 개인회사가 확보한 지분도 0%대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에 회사 계열사가 이익을 안기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면서 “특히 승계와 관련된 회사에 계열사 자금이 투입된 상황이라면 그 행보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더욱 셀 것”이라고 판단했다.
HDC그룹 관계자는 “HDC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사업을 주도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에 참여하는 전형적인 그룹 프로젝트다”라며 “별개법인인 각 계열사가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해상충 예방을 위한 내부 절차와 투명한 심의 과정을 거쳐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계열사의 오너일가 지원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특정 주주의 지분율만을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오도할 수 있다”면서 “남산스퀘어 리모델링 사업은 사업의 특성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각 계열사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전형적인 자본조달 구조로, 관련 법규와 지배구조 원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준수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