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1주년 메시지에서 제대로 된 사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당내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장동혁 대표는 난타를 당했다. 당내 인사들뿐만 아니었다. 당 밖 원로들과 상당수 보수 언론들조차 장 대표를 비판하는 기사와 논설을 잇따라 게재하면서 장 대표를 마구 흔들었다.
장 대표에 대한 질타는 시간이 갈수록 강도를 더했다. 3선 윤한홍 의원까지 나섰다. 한때 ‘친윤 핵심’으로 불렸던 윤 의원은 12월 5일 장 대표가 주재한 회의에서 장 대표를 향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고 직격했다.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장 대표를 코너로 몰아세운 것. 이어 윤 의원은 장 대표를 겨냥, “당대표를 만들어준 그런 분들에 대한 섭섭함은 지방선거 이겨서 보답하면 된다. 몇 달간 ‘배신자’ 소리 들어도 된다”고 쏘아붙였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 의원들까지 합세했다. 재선 대구시장을 지내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이 지냈던 권영진 의원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포로가 됐단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본인이 당대표가 된 지지기반이 강성 지지층”이라며 “장외집회에서 군중들에게 박수와 환호성을 받으려면 계속 강하게 얘기해야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전부인 줄 안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구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8일 ‘폭정’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계엄 사과’를 거부한 장 대표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주 부의장은 대구에서 열린 지역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 “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내용이 헌법과 법에 맞지 않는 등 계엄 요건에도 명백한 잘못”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사유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일했던 대통령에 대해 ‘폭정’이라는 말을 쓰는 게 (마음이) 무겁지만 계엄과 야당 대표 비대면, 의대 정원 추진 방식 등은 잘못이었다”며 “탄핵도 헌법재판소 전원일치로 결정했으니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말까지 당의 진로를 새로 정해야 한다”고 장 대표의 기존 노선 변경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11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인 의원의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는 발언을 들춰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아직도 부정선거의 망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방식으로는 국민에게 어떠한 인정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답답함을 표현한 것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장 대표를 우회적으로 때린 것.
원로 보수 언론인 조갑제 씨 역시 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 대해 혹평했다. 그는 “(장 대표는) 지금 직업이 두 개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국민의힘 대표이고, 하나는 비공식 윤석열 대변인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동혁의 국민의힘은 스윙은 많이 하는데 안타가 하나도 없다”고 평가한 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장동혁 “시간표대로 간다”
장동혁 대표는 당내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9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 ‘국민의힘TV’에서 진행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우리의 역할’ 주제 강연에 나가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장 대표는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며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계엄 사과 및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며 자신을 비판한 것을 이른바 ‘내부 총질’로 규정하며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어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우리 스스로 편을 갈라 서로를 공격하고 있진 않느냐”고 되물은 뒤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순 있어도 결국 우리는 함께 싸워야 살 수 있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선 “우리가 정말로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민생·외교·안보의 운동장으로 저들을 불러들여서 치밀하게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한다”며 “우리의 운동장으로 저들을 불러들여 우리 계획대로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당내 요구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치며 기존 노선대로 가겠다는 의미였다.
장 대표는 언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저는 저만의 타임 스케줄과 저만의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제가 생각했던 것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가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당원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처럼 “당분간은 집토끼를 확실히 사수할 때”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윤한홍 의원의 공개 발언이 있었던 지난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중진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보다 상대 의원의 말을 경청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공세적 화살을 날린 주호영 부의장과도 만나 의견을 들었다.
국민의힘 지도부 한 핵심 관계자는 “특검이 통일교와 관련해 야당만 수사하고 여당은 놔두는 등 집권세력의 ‘내로남불’이 국민의 분노를 부르고 있는데 제1야당은 이를 밝혀내야 할 의무는 내팽긴 채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에 골몰하고 있다”며 “기득권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세력들의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고, 장 대표는 차근차근 자신의 일정대로 가고 있기에 전혀 걱정할 일이 없다”고 했다.
#시간표는 분명히 존재할까
장 대표는 “시간표대로 간다”며 믿어달라는 입장이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몇몇 정황을 소환하며 무계획을 의심하고 있다. 느닷없는 장면들이 속속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 제기하는 ‘느닷없는 장면’ 대표 사례는 이른바 ‘당원게시판(당게) 사태’다. 지난해 11월 불거진 ‘당게 사태’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11월 28일 당게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고, 12월 9일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무감사위는 당원 명부 확인 결과, 한 전 대표 가족과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3인이 모두 서울 강남병 소속에 휴대전화 끝자리가 동일하고 한 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모두 거의 동일한 시기에 탈당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사실 장동혁 대표는 취임 후 당게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진상 규명 작업의 시행은 차일피일 미뤄져왔고 당내에서는 특별한 조사 없이 봉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대해 ‘친윤’으로 불리는 권영세 의원은 당게 조사 논란에 대해 11일 채널A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가 취임한 다음 바로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시기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시기를 놓치면서 결국 조사의 정당성을 상실했고 당내 분란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가 자꾸 과거를 들추면서 당을 갈라치기하고 있는데 이런 형태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 떠오른 지방선거 경선 당원투표 반영 비율 변경안도 당게 사태 조사와 비슷하게 “느닷없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기존 50%에서 70%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은데 이 제안이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어려운 시기 당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지만, 과거 이회창 총재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자신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약속이나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치는 생물이어서 상황에 따라 여론을 보면서 유연성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당게 조사나 당원 투표 반영 비율 변경은 유연성을 찾기 어려운 대표적 사례이고 ‘똘똘 뭉치자’는 장 대표 구호와도 맞지 않다”고 충고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최병준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