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공동취재단 |
지도자나 정치인이 공식석상에서 착용하는 의상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정치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지도자가 연출하는 스타일이나 매너를 심미적인 시각으로만 감상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박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 스타일 하나하나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지난 10일 박근혜 당선인은 중국정부 특사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과의 만남에서 오렌지 색상의 만다린 칼라 정장을 착용했다. 지난 15일 토마쉬 코즈워프스키 주한 EU대표부 대사를 접견할 때도 포켓이 있는 진한 분홍색의 재킷을 선택했다.
패션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한 스타일리스트는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을 미국의 미셸 오바마나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 스타일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더와 영부인의 자리는 엄연히 다르다. 남성과 어깨를 동등하게 겨뤄야 하기 때문에 옷도 좀 더 중성적인 스타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식석상에서 착용했던 깃이 세워진 만다린 디자인 재킷이나 포켓이 있는 재킷은 제복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색상은 여성스럽거나 차분한 것을 선택하면서 강인함과 동시에 여성성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박 당선인은 코디네이터를 따로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와 상황에 맞게 자신이 옷을 골라 입는다고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의 의상비는 얼마나 들까. 정계 부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한남동의 한 양장점을 찾았다. 양장점의 대표는 “소위 정계 쪽 사람이라 하는 사람들은 100만~120만 원쯤의 옷을 맞춘다. 그 이상 올라가면 주위의 시선도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해서 치수를 재고 옷을 맞추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나서기 부담스러울 경우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옷을 다른 사람 편에 보내온다. 그 사이즈를 기준으로 옷을 맞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구두나 액세서리도 화려하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귀걸이나 팔찌는 착용하지 않는다. 대신 목걸이나 브로치로 의상을 강조한다. ‘리더를 위한 옷차림’에 대한 강의를 했던 남자복식연구소 박지현 소장은 “‘브로치 외교’라는 말이 있다. 미국 최초 여성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 전 미국무장관은 평화를 상징하는 황금색 비둘기 브로치를 주로 착용해 외교와 교섭에 나선 바 있다. 김대중 정권 때 방한할 당시에는 햇살모양의 브로치로 햇볕정책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후보는 무궁화 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올브라이트 ‘브로치 외교’처럼 박 당선인의 애국심이나 국정운영에 대한 의지로 분석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오랜 시간 유지해온 올림머리와 화려하지 않은 메이크업, 낮은 구두는 여전히 수수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박 당선인의 ‘안정감’을 강조해 주고,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우아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연출하게 한다는 진단이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