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사진기자단 |
박근혜 당선인의 행보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큰 과제나 중대한 결단을 내릴 때마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동굴’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인의 두문불출은 재기나 더 큰 도약을 위한 암중모색의 시간으로 회자된다. 그와 관련한 이슈가 숨겨져 관심도가 증폭되기도 하고, 대의를 위한 심사숙고의 시간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호감을 살 수도 있다. 반면에 ‘불통’ ‘독단’ 등 부정적 이미지가 커질 수도 있다.
정치 컨설턴트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대의를 앞두고 긴 칩거에 들어가는 것은 박 당선인의 독특한 스타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활발한 CEO형 리더십으로 알려졌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아래로부터의 소통을 하며 진두지휘했던 스타일이라 칩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그간 행적을 살펴보면 ‘대사’를 앞두고 두문불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 당선인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1997년 정계에 입문하기까지 17년 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관련 일을 하던 박 당선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던 이회창 후보를 돕고자 정계에 입문, 달성군 재보궐 선거 때다. 본의 아니게 17년 동안 숨어 지내야 했지만, 그 오랜 침묵과 암중모색이 그가 정치적으로 부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이후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른 박 당선인은 2007년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후 결과에 승복하고 또 다시 긴 칩거에 들어갔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후보들이 대거 공천 탈락하자 박 당선인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과 함께 자파 간접지원에 나서기 시작한다. 이때도 후보경선 패배 뒤 잠행하다 총선을 통해 친박계가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바 있다.
새누리당 창당 직전에도 박 당선인은 외부일정을 상당히 많이 줄이며 대중노출을 삼갔다. 2011년 11월경 칩거에 들어갔던 박 당선인은 이듬해 초 새누리당을 창당하며 복귀한다.
18대 대선에서 승리하고 인수위가 구성된 현재까지도 박 당선인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대진 대표는 “박 당선인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체험해본 사람이다. 회의를 통해서 얻을 수 없는 소수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을 하는 스타일이다. 기약 없이 동굴에 들어가긴 하지만 자신만의 판단기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국회의원이었지만 이제는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맞는 리더십도 갖춰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