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은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을 위시한 사법부가 비상계엄 뒷수습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 조 대법원장은 “(계엄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후에도 조 대법원장이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란 재판을 맡은 지귀연 재판부는 3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했다. 헌정사상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서울구치소에서 걸어 나왔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 대한 언론사의 법정 내 촬영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촬영이 허가됐던 박근혜(국정농단) 이명박(뇌물수수·횡령) 전 대통령 재판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은 지귀연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8월 2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논의를 가속화했다. 다음날 민주당 워크숍에서 의원들은 사법부가 ‘내란 관련자’들을 봐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은 “신속하게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도부는 논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주일 후인 9월 5일 정청래 대표는 법사위에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를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지 판사의 재판지연 시도에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위헌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여론 악화를 우려해 신중론으로 돌아섰다(관련기사 밀어붙이다 탈 날라…민주당 ‘내란특별재판부’ 추진 둘러싼 논란).
위헌논란 속에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는 흐지부지되는 듯했다. 그러다 최근 이른바 ‘수원 3인방’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12월 3일 법사위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항의하며 법안 처리 전 퇴장했다.
#내란전담재판부 갑론을박
특별법에 따르면 1심과 2심(항소심)에 내란전담재판부가 각각 설치된다. 내란전담영장판사가 새로 임명된다. 이를 위한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회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추천한 사람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는 구성된 다음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를 추천한다. 대법원장이 재판관을 최종 임명한다.
내란·외환 관련 재판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은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내란·외환·반란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사면·감형·복권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무부 장관이 판사 후보 추천위원 3명을 지명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부가 법관 임명에 관여하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장은 추천받은 후보에 대한 거부권이나 재추천 요구권이 없다. 추천된 인물이 고사할 경우에 대한 규정도 없다.
구속기간 연장 1년 조항은 헌법 제12조 피고인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피고인의 구속 기간을 과도하게 연장할 경우 방어권을 제한하고, 유죄 판결에 준하는 형벌을 부과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면제한 규정은 헌법 제79조 대통령 사면권과 충돌한다.
사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이유로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12월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법왜곡죄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법조계 역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8일 성명문에서 “특정 사건이나 특정 집단을 염두에 둔 입법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핵심 요청인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위배될 위험성이 크다”며 “정치적 쟁점이 사법부로 넘어간 이상 그 이후의 판단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윤복남)은 법무부 장관과 헌재 사무처장에게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과 구속기간 1년 규정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후보 추천위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1일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결국 예외적 정당성이 인정되느냐의 문제인데, 지금은 그런 정당성을 긍정하기 좋은 사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내란 사건이 단 한 사건도 선고되지 않은 건 문제이고, 더욱이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는 확고한 관행을 깨고 우두머리 사건에서 변경을 적용해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에 따르면 12월 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위헌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상의 없이 돌발행동을 일삼는 법사위를 지도부가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위헌법률심판제청으로 비상계엄 관련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의 헌법 위반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때 헌재에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재판은 중단된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바 있다. 특별법이 통과돼도, 윤 전 대통령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윤석열에게 좋은 특별법’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민주당이 차일피일 미루다 법안을 좌초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특별법을 하려면 7월에 해야 했다. 안 하는 게 낫지 않나”라며 “1~2월에 1심 판결이 나온다. 2심에 만든다 해도, 재판관 선정하고 재판부 만들고 하면 늦는다. 거기에 위헌 시비까지 붙으면 내란 청산에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 수석은 10일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청래 대표는 12일 특별법안을 보완해 2025년 안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