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경 원장은 박 당선인에게 국민들의 드림워커가 돼 줄 것을 주문했다. 일요신문 DB |
‘김미경’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동명이인인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보다 유명한 여자,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원장은 정계, 방송계, 출판계로부터 잇따른 러브콜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방송 데뷔 7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간판토크쇼 자리까지 꿰찼다. 그가 내놓은 베스트셀러만 해도 5권이 넘는다.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이대로라면 올 연말 2013년을 대표하는 인물에도 오를 기세다.
특히 김 원장은 정계가 가장 주목하는 여성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총선 안철수 전 후보만큼 러브콜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이 바로 김 원장이라는 건 이미 정계에선 널리 알려진 얘기다. 연예계도 아닌 정계에서 김 원장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김 원장을 만든 건 바로 그의 꿈에 대한 철학과 솔직한 화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독설’을 새로운 힐링(healing)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만든 점이 눈에 띈다. ‘다정한 위로보다 독설로 콕 지적해주는 게 뚜렷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김 원장식 패러다임에서 나왔다고 한다.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은 정치권에서도 통했다. 그동안 김 원장에게 이런 ‘솔직 화법’을 배워 간 ‘정치권 제자’도 상당수라고 한다. 실제로 모 유력 대선후보, 한 여당 최고위원 등 손꼽히는 유명 정치인 일부가 김 원장의 대표적인 제자들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정치인이 갖고 있는 콘텐츠가 바로 정책이다. 그런데 좋은 정책을 만들고 국민에게 잘 설명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정치인도 있더라.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라며 “유명 정치인들이 스피치 과외를 청해올 때는 무리를 해서라도 만나 과외를 해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정치권 제자 중 가장 유명한 이로는 지난 대선 돌풍을 일으켰던 한 대선후보가 손꼽힌다. 김 원장은 여러 차례 망설이다 그 후보의 스피치 과외를 담당한 일화를 최초로 공개했다.
평소 온화한 이미지에 말 잘하기로 유명한 그 후보가 무엇이 부족해 김 원장을 찾아왔을까. 그가 김 원장에게 배워간 스피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김 원장은 “신뢰감 넘치는 외모와 귀감이 될 만한 삶의 자세,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말의 억양이 일정해서 자칫 지루하게 들릴 수 있는 화법을 쓰는 게 그 대선후보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다. 지적해준 부분을 이해하고 고치는 모양새가 참으로 비상했다”며 “주요 단어를 강조해서 말하거나, 손을 써서 표현하는 법을 알려줬더니 TV 토론에서 그대로 하더라. 접해본 제자 중에 가장 똑똑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김 원장은 여러모로 정계와 인연이 깊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난 대선을 돌이켜보며 몇몇 후보들에게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에 대해서 김 원장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갔어야 했다. 예능프로에 나왔을 때까진 이 시대에 비전을 제시하는 멘토(mentor)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정치를 시작하고 나선 선거 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미지 소모 때문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면서도 “그런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길을 가는 게 진정한 리더이지 않은가. 마지막에 사퇴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은 대목이다”라고 평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선후보에 대해서 그는 “그의 히스토리를 보여주기엔 1년이란 시간이 다소 촉박하지 않았나 싶다”고 평했다.
‘김미경 쇼’ 첫 회를 케이블 방송 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시청률(2.6%)을 기록하며 제2의 ‘오프라윈프리’를 예약하고 나선 김 원장은 제2의 ‘메르켈’ 총리를 노리는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 박근혜 당선인도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 않겠나”라며 말문을 연 그는 “대표가 회사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면 사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듯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가비전을 적절한 정책을 통해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게 힘들어진 변질된 최근의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 원장은 “박 당선인은 드림워커(dream worker)가 돼야 한다. 박 당선인은 이미 정치 베테랑이다. 이제는 정치보다는 좋은 정책이 뭔지 보여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드림워커’는 김 원장이 만든 신조어. 소신과 배짱을 갖고 한 길을 걸어온 이를 뜻한다.
김 원장은 “역대 대통령 중 김대중 대통령이 대표적인 드림워커였다. 민주화를 위해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오며 역사의 한 획을 긋고 갔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민주화가 꿈이었던 시대엔 정치 분야에서의 드림워커가 김 전 대통령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국민의 꿈을 이룰 수 있게 이끄는 소프트 파워적 리더가 새로운 드림워커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며 박 당선인에게 그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