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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A 씨(49)는 20년 넘게 교편을 잡아온 모범교사였다. 그의 부인은 장학사로 근무 중이었고, 딸 B 씨(25)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교육자 집안이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가족이었지만 그들에겐 말 못할 갈등이 있었다.
바로 B 씨의 남자친구 C 씨였다. A 씨는 처음부터 딸과 C 씨의 교제 사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하고 바르게 커온 딸에게 거는 A 씨의 기대는 남달랐는데, 남자친구라고 데리고 온 C 씨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포함해 여러모로 A 씨의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A 씨는 B 씨에게 C 씨와 헤어질 것을 여러 차례 강요했지만 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B 씨가 C 씨의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그들은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카페에서 A 씨를 만났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주먹뿐이었다. 딸의 임신 소식에 화가 난 A 씨가 C 씨를 폭행한 것이다. C 씨는 상해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경찰 관계자는 “CCTV를 통해 A 씨의 폭행 사실이 확인됐지만 A 씨는 끝까지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C 씨에게 앙심을 품은 A 씨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딸에게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남자친구에게 1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하도록 강요했다. B 씨는 처음엔 거부했지만 아버지의 지속적인 협박에 못 이겨 결국 자신의 남자친구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두 사건은 경찰 조사를 거쳐 검찰로 넘어갔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오히려 숨겨진 A 씨의 혐의가 드러나게 됐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고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한 것이다. 검찰은 B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성폭력 상담센터에 B 씨의 상담을 의뢰한다. 이때 딸은 아버지 A 씨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남자친구 C 씨를 폭행한 이후 A 씨는 딸에게 낙태를 강요했다고 한다. B 씨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결국 아버지는 딸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 수술을 받게 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지난해 8월 A 씨는 전주시내 모텔로 B 씨를 끌고 갔다. 그는 딸의 옷을 벗기더니 “C 씨에게 더럽혀진 너의 몸을 깨끗이 씻겨주겠다”며 강제로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성추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학교 방학으로 출근을 안 해 집에 둘만 있게 되자 A 씨는 B 씨를 수시로 위협하며 껴안고 강제추행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B 씨가 조사 과정에서 인정한 성추행만 4회에 이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A 씨는 혐의 내용 전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잘 키운 딸의 부정을 벗겨주기 위해 몸을 씻겨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집안이 개방적인 분위기라 어렸을 때부터 딸과 스킨십이 자연스러웠고 편안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1일 전주지검 형사3부는 A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및 무고 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