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진 후 첫 작품으로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타이젠’ 개발에 힘쓰고 있다. |
‘갤럭시S4’의 출시 시기를 두고 3월이다 4월이다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갤럭시S3’의 다음 버전 스마트폰이 ‘갤럭시S4’가 아닐 경우, 다른 OS 탑재를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타이젠이 삼성의 차기 스마트폰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한 휴대폰 CS프로(수리기사)는 “‘바다’ OS가 탑재된 휴대폰의 브랜드명이 ‘웨이브’이듯, ‘갤럭시S4’에 ‘안드로이드’가 아닌 ‘타이젠’이 탑재된다면 브랜드명도 새로운 것이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기 모델에 대해선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드웨어 강자 삼성과 소프트웨어 강자 구글은 전략적 밀월 관계를 이어왔다. 삼성전자가 일찌감치 구글과 손을 잡으면서, 자사 스마트폰에 대거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OS에서 안드로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2.4%였다. 13.9%를 차지한 애플의 ‘iOS’와 더욱 크게 격차를 벌리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삼성의 ‘바다’는 3%에 불과했다.
이처럼 구글이 애플과의 ‘OS 대전’에서 승리하는 데는 사실상 삼성전자의 공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구글과의 안정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8월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구글이 최근 자체적으로 ‘아이폰’과 ‘갤럭시’를 겨냥한 ‘X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삼성으로서도 ‘탈 구글’을 준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안드로이드에 대해 ‘개방형 OS’를 표방해 온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타 휴대폰 제조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구글의 정책이 바뀔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애플의 경우 ‘iOS’라는 자체 OS를 확보하며 OS 시장에서 구글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반해, 삼성은 자체 OS를 사실상 갖고 있지 못하다. 지난 2010년 자체 OS인 ‘바다’ 플랫폼을 개발해 ‘웨이브’라는 브랜드로 몇 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미미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실패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때문에 삼성은 ‘타이젠’ 사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OS를 확보하게 되면 구글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이고 불안한 입장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업에 매진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연말 승진 후 내 놓는 사실상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차기 스마트폰에 ‘타이젠’의 탑재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성공하면 ‘소프트웨어 독립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전자는 기존 자체 OS인 ‘바다’를 ‘타이젠’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머리 키우고 “시행착오 뚝”
삼성이 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 중인 바이오 사업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가 드러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이 ‘에디슨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인천 송도를 터전으로 삼아 바이오 생산시설 및 연구시설에 대한 건설을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은 150~200명 수준인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삼성은 그동안 연구원 수를 “대외비”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 내부 관계자는 “현재 삼성의 바이오 사업에 투입된 총 인력은 약 500명인데 이 중 150~200명은 연구원”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수가 전체 직원의 30~40%에 이르는 것이다. 국내 업체 중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셀트리온이 전체 900명의 인력 가운데 120명 정도가 순수 연구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이 같은 연구원 비율은 꽤 높은 것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직원 중 연구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20% 안팎”이라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한 프로젝트당 최소 30~40명 정도의 연구원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삼성이 현재 동시에 여러 개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10월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중단하는 등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생산 설비의 설계가 잘못 돼 삼성이 임상을 중단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사업에 대해 더 나은 접근법을 찾기 위해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