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
삼성전자는 시가총액만 235조 원(우선주 포함)이 넘는다. 12조 원 남짓한 LG전자의 20배다. 70조 원이 조금 넘는 LG그룹 전체 시가총액보다 3배 이상 크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매출액을 보면 200조 원 규모로 50조 원을 넘는 LG전자의 4배 수준이다. 즉 회사 덩치에 비해 시가총액 차이가 너무 큰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 대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까지 양사 주가는 엎치락뒤치락 혼전을 벌이다 2007년부터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압도한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부문이 주춤하는 사이 LG전자가 휴대폰,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대약진에 성공한 까닭에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 반등 때만 해도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훨씬 강한 탄력을 보였다.
처지가 뒤바뀐 것은 2010년부터. 애플 ‘아이폰’에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쌓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LG전자는 제대로 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왕따’가 되고 만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디스플레이 수요부진까지 겹치며 LG전자는 대규모 적자까지 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두 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적자 전환한 LG전자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LG그룹으로서는 LG화학이 삼성SDI와의 2차 전지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배 이상 주가가 급등해 삼성전자 주가수익률을 압도하지 않았다면 그룹의 존폐마저 위태로울 뻔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처럼 ‘일방적’이란 말이 어울렸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이 2013년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LG전자의 제품력이 회복되기 시작한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맥을 못 추던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옵티머스’ 시리즈로 반격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후속모델까지 내놓으며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다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3D 전쟁’에서 삼성전자에 승리하고도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던 TV 시장에서도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세계 최초 OLED TV를 내놓으며 삼성전자와의 대결에서 기선제압에 나섰고,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곡면형 OLED TV를 공개, 삼성전자보다 나은 평가를 받았다. LG는 이미 그룹 차원에서 사상 최대인 20조 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공언한 상태다.
익명의 IT담당 애널리스트는 “심하게 표현하면 LG전자는 이제 망하느냐, 대박이 나느냐 두 가지 길뿐”이라며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제품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주가는 추락하겠지만, 투자성과가 현실화되며 제품력을 회복한다면 현재보다 이익이 배 단위로 늘어날 수도 있다. 대박 주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예상했다.
올 초 CES 현장을 다녀온 한 펀드매니저는 “제품 제조기술에 있어서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중국에서 만드는데 제품의 제조력만 놓고 본다면 삼성이나 LG보다 못하다”며 “LG전자가 제대로 된 상품 콘셉트만 잡을 수 있다면 스마트폰 시장 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LG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은 약 10만 원이다. 7만 원에 초반인 현 주가 대비 1년 내 40% 넘게 오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평균 약 190만 원이다. 이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현 주가 대비 23%가량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그럼 올해 증시 대결에서는 삼성전자가 불리한 것일까? 최근 양사 간 소송전이 격렬해지는 것은 삼성전자가 여전히 LG전자를 견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아직 승자의 여유가 있다. 공급부족 국면이 예상되는 반도체 부문은 LG가 가지지 못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한 투자자문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초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가장 안전하고 가장 확실한 종목이다. LG전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삼성전자는 최소한 지난 몇 년간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더 크다”며 “투자에서의 승부는 기대수익률도 있지만, 진정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수익확률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
그녀 입 따라 출렁… 작전 주의보
최근 박 당선인은 국산제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문화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주력산업이 되도록 정책적으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관련주가 급등했다. 지난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은 데에도 증시는 이튿날 즉각 반응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연구용 기자재와 실험기기 생산업체 주가가 치솟았다.
그 전인 13일에는 인수위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에 부동산시장 정상화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그 때부터 시작된 중소형 건설주의 랠리는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주식브로커는 “요즘처럼 별 재미가 없는 장에서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이나 인수위 발표는 가장 쉽게 주가를 움직이는 투자 스토리가 된다”며 “다만 초기에 주가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투자자거나 소위 작전세력인 경우가 많다. 일반 투자자가 멋모르고 투자했다가는 비싼 값에 샀다가 헐값에 파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