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해룡 경정이 2023년 제기한 세관 마약 의혹은 말레이시아발 마약밀수에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돼 영등포경찰서가 수사를 착수하자, 윤석열 정부가 외압을 행사해 무마했다는 게 핵심이다. 백 경정은 윤 전 대통령 내외가 말레이시아 마약 수입 사업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 7월 부장검사에서 차장검사를 건너뛰고 검사장으로 발탁된 임은정 지검장은 취임 직후 백 경정을 면담했다. 당시 백 경정은 “(윤석열 정권에서) 같이 고난을 겪었던 부분이 있으니 서로 눈빛만 봐도 위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며 공감대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이례적으로 두 개의 수사팀이 한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지난 6월 검찰이 합동수사팀을 먼저 출범시키며 수사에 나섰고, 10월엔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백 경정이 투입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백 경정 파견을 직접 지시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수사팀 합류 시점부터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외압 의혹을 제기한 뒤 서울 영등포서 형사과장에서 지구대장으로 징계성 좌천 인사를 받은 백 경정에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백 경정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마약 유통 수사를 맡겼다.
하지만 백 경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백 경정은 “수사를 방해한 검찰이 수사팀에 합류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며 “도둑이 셀프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6개월여의 수사 끝에 합수단은 지난 9일 “수사 외압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세관 직원이 도왔다”는 밀수범들의 진술이 허위였고, 이를 토대로 한 당시 경찰 수사는 부실 수사라고 판단했다. 이 말을 믿은 백 경정이 ‘속아 넘어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주장에 대해서도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백 경정은 강력히 반발했다. 12일엔 아예 ‘백해룡팀’ 명의로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백 경정은 “마약 운반책이 말레이시아 말로 공범을 회유하는 상황에서 ‘백 경정이 속아 넘어갔다’는 검찰과 임 지검장의 주장은 현장 수사의 기초도 모르는 행태”라며 “국민을 속여 온 검찰의 고질병이 여전하다”고 반발했다.

임은정 지검장도 14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밀수범들의 경찰 진술은 믿기 어렵고, 세관 등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에서도 관련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하며 “이명구 관세청장에게 ‘관세청에서 해명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홍보해 달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히며 관세청에 공을 넘겼다.
#공보규칙 내세우며 ‘입단속’ 하려는 임은정
그럼에도 백 경정이 반발을 이어가자, 동부지검은 ‘공보규칙’을 들고 나섰다. 서울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합수단이 제공한 수사 자료와 사건 관계인의 민감 정보가 담긴 문서를 반복해서 외부에 유출해 관련자들의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백 경정이 배포한 자료에 마약 운반책 출입국 기록 및 세관 보고서 등이 담겨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더 나아가 동부지검은 경찰청 감찰과에 ‘공보규칙 위반과 개인정보 침해 등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해달라’는 취지의 공문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 경정은 여전히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국민이 나서달라. 마약 게이트 사건은 공개 수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백 경정의 판정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 내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역할을 해왔던 임은정과 백해룡이라는 두 사람이 수사를 한다는 부분에서 우려가 많았다”며 “특히 임 지검장은 수사로 성과보다는 그동안 검찰 조직 문제를 언론에 제기해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수사 결과는 임은정 지검장의 판정승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살다 살다 임은정 지검장을 응원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은정 검찰 해체 후 행보 주목
하지만 임은정 지검장은 기존 검찰 조직을 향해서는 여전히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11일 오후 대검 검사급 검사 8명의 인사를 발표하며, 사실상 좌천으로 평가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으로 검사장인 박혁수 대구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을 전보 조치한 것을 놓고 “저와 악연이 있던 분들”이라며 비판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달 10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검찰 항소 포기 지시에 반발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단체 성명문 이름을 올린 검사장들이다. 당시 임은정 지검장은 “대검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하고 있는 민원인이라서 동참할 수 없다”며 이름을 올리지 않았었다.
법조계에서는 임은정 지검장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내년 해체가 확정된 상황에서 공소청이나 중대범죄수사청 등의 주요 보직을 맡게 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정부 취임에서 파격적인 승진과 함께 서울동부지검장이 됐지만 ‘믿고 주요 보직에 앉힐 수 있느냐’는 별개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