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최근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출품된 아주 독특한 작품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레귤러 애니멀스’라는 로봇개 작품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어딘가 묘하게 불쾌한 느낌이 특징이다.
실리콘으로 만든 극도로 사실적인 가면을 쓰고 있는 로봇개들은 저마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그리고 ‘비플’ 자신까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익살맞게 보여 웃음이 터져 나오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면에 날카로운 풍자를 숨겨 놓은 ‘비플’은 “현대인의 삶 대부분이 빅테크 기업들이 만든 도구와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요컨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비롯해 뉴스, 문화, 공동체에 대해 느끼는 모든 것이 로봇개로 묘사된 소수의 개인이 설계한 알고리즘을 통해 걸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로봇개들의 기계적인 움직임은 이 진실을 과장해서 나타낸다. 그리고 이런 풍자가 강하게 와닿는 이유는 그것이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이 로봇개들이 각각 약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에 모두 갑부 컬렉터들에게 팔렸다는 점이다. 권력과 부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 오히려 그 세계 속으로 흡수되고 만 셈이다. 출처 ‘마이모던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