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서 서울고검검사로 배치된 권태호 전 검사장 이후 두 번째 검사 강등인데, 앞선 사례가 있다 보니 법조계는 ‘강등 자체는 가능하지만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 출신의 정유미 전 창원지검장(30기)은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을 거쳐 2023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인트라넷에 여러 차례 개진했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영전해 2024년에 창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 성격의 인사를 받았고, 지난 11일 인사에서는 아예 검사장에서 강등돼 대전고검검사로 보직이 변경됐다. 이에 반발한 정 검사장은 12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앞선 사례 판례 살펴보니
현재 정 검사장은 ‘검사로의 강등이 현존하는 법령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인사’라는 입장이다. 정 검사장은 소장에서 ‘법무부 인사가 대검검사급 검사의 보직을 정한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과 고검검사의 임용 자격 등을 규정한 검찰청법 30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령에 따르면 대검검사급 검사의 보직이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 고검검사는 포함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개정하지 않고 고검검사로 전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검찰청법 30조는 고검검사 등의 임용 자격에 대해 ‘28조에 해당하는 검사(대검검사급)를 제외한’이라고 규정해 대검검사급을 고검검사로 임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법무부는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검사장급도 검사에 포함돼 ‘강등이 아닌 전보’에 해당돼 문제없는 인사라는 입장이다.
고검검사로 강등된 사례는 정 검사장에 앞서 권태호 전 검사장이 있는데, 당시 권 전 검사장도 소를 제기해 다퉜다. 법조계가 당시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2005년 권태호 전 검사장은 당시 내사 중인 사건 무마를 담당관에게 청탁했다는 이유로 춘천지검장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사실상 좌천성 전보를 받았다. 이후 2007년 3월 서울고검검사로 ‘강등’이 됐는데, 당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권 전 검사장에 대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시효가 완성됐으므로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을 장관에게 권고했고, 법무부는 이를 수용해 인사발령을 냈다.
권 전 검사장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권 전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발령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권 전 검사장의 주장을 모두 일축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특히 1·2심 재판부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6조에 따라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가 하나의 직급으로 단일화돼 있으므로, 이 인사발령 처분은 하위직급에 임명하는 조치인 ‘강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인사 정당성 여부는 권 전 검사장에게 징계 성격의 인사가 적절했는지에서 판가름 났다. 그리고 1·2심 재판부는 “권 전 검사장이 담당 수사관이 첩보를 수집하는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인사발령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인사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징계 성격의 ‘검사 강등’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권 전 검사장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0년 원고 패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법조계 “법무부가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할 것”
이번 정유미 검사장이 청구한 서울행정법원의 인사발령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의 관건은 법무부가 ‘좌천 성격 인사의 정당한 사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검찰 인사 담당을 했던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봤을 때 검사장에서 고검검사로 좌천성 인사를 하는 것은 권 전 검사장 사례도 있기 때문에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좌천성 인사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법무부가 인사 자료를 토대로 정당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부 게시판(이프로스)에 대장동 항소 포기 등 검찰 지휘부의 결정에 대한 해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행위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내부 반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일단 검찰 내에서는 이번 사안을 ‘정 검사장 개인의 반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내년 검찰 해체를 앞두고 구심점이 없는 상황인 만큼 이번 법무부의 징계성 인사가 검찰의 내부 흐름을 뒤흔들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현직 검사는 “대장동 항소 포기 당시 검사 사이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검사장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물러날 때는 물러나야 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정 검사장이 징계를 받아야 할 만큼 잘못한 행위는 없다고 보더라도, 이번 인사를 계기로 검사들이 뭉쳐 목소리를 내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