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나왔던 장 대표에 대한 간헐적 비난 세례는 12월 들어 전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친윤계와 영남 중진 의원들까지 가세하는 형국이 됐다. 친윤 윤한홍 의원 저격에 이어 대구·경북(TK) 최다선 주호영 국회 부의장까지 장 대표를 때렸다. 재선 대구시장 출신으로 대구 달서병에 지역구를 둔 TK 권영진 의원도 친윤 딱지를 벗어던지고 계엄 사과 요구에 미온적인 장 대표를 맹공했다. 장 대표에 대한 공격 전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장 대표는 강공책을 택했다. 이로 인한 당내 갈등은 내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 선봉엔 당무감사위가 섰다. 당무감사위는 한동훈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나온 이른바 ‘당게시판 사태’ 조사에 속도를 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중징계(당원권 정지 2년) 권고를 했다.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치에 대해 “김 당협위원장은 올해 9월부터 10월 사이 다수 언론 매체에 출연해 당을 극단적 체제에 비유하고, 당원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며 “김 위원장은 종교 차별적 발언을 하고, 당론 불복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도 있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물론, 친한계 의원들이 발끈하면서 장 대표를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이호선 위원장 배후에 장 대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종혁 전 최고위원 중징계 권고 연장선에서 장동혁 대표가 12월 17일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며 사실상 한 전 대표를 직격하자 친한계는 ‘장 대표 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인식한 듯 전면전에 돌입했다. 친한 진영에선 당무감사위를 두고 ‘한동훈 전담재판부’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 전 대표는 12월 18일 채널A 인터뷰에서 “원하는 게 저를 찍어내고 싶은 것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며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이런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우스운 당으로 만들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한 전 대표는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 징계에 대해서도 “민주주의를 돌로 쳐 죽일 수 없다”고도 맹비난했었다.
친한계의 엄호사격도 쏟아졌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하 의원은 18일 SBS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언급한 ‘내부의 적 한 명’이 한 전 대표를 지칭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고 있다”면서 오히려 장 대표 발언을 내부총질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석인 당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에 도태우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는 전언이 있다고도 했다.
도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리인 출신으로 이른바 ‘윤어게인’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무위가 권고한 김종혁 전 최고위원 징계 등의 최종 수위는 윤리위에서 결정되는데 ‘당게’ 사태에 대한 당무위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당이 한 전 대표를 쳐내기 위해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게 친한계의 인식이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 공세가 격화되자 장 대표를 두둔하는 당 안팎 인사들도 잇따라 참전, 국민의힘 내부는 난타전에 빠져들었다. 장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시킨 정당이 썩은 살 도려내는 아픔조차 없이 정상화될 것이라 믿는다면 그야말로 순진하고 낭만적인 생각”이라며 “(현재의 갈등은) 내홍이 아니라 당이 건강해지는 과정이자 일시적 수술통”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든, 친한계 인사든 간에 해당 행위를 한다면 과감하게 배제시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장 대표가 최근 발탁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12월 17일 YTN 라디오에 나가 “항상 징계 대상자들은 공정하지 않다고 한다”며 “범인들은 잡히고 나면 검찰이 나쁘다 경찰이 나쁘다고 그러는데, 범죄자들의 흔한 레퍼토리”라고 맞대응했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를 싸잡아 ‘나쁜 세력’으로 몰아세운 언급이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코앞인 데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공세를 막아내고 통일교 특검 도입을 통해 여권의 정교유착도 밝혀내야 하는 판에 우리는 싸움만 하고 있다”며 “지역구에 가면 듣기 민망한 꾸중이 쏟아진다”고 털어놨다.

취임 초반 장 대표는 당직 인선에서 중립성을 보이고 지명직 최고위원을 강성 인사로 임명하지 않는 등 비교적 유연성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회전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직진과 좌회전을 겸비하면서 운동장을 넓게 쓰고 있다는 칭찬도 나왔다.
그러나 장 대표의 강력한 라이벌이라 할 수 있고 정치적 팬덤층도 갖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한 전 대표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스피커 볼륨을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한 전 대표에 대한 보수정당 지지층 주목도 역시 한껏 높아졌다.
이 지점부터 장 대표의 ‘닥치고 공격’ 전략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정치권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한 전 대표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장 대표가 강성 전략으로 재선회했고 무리수까지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한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강성 지지층부터 결집시켜야 한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장 대표가 당의 미래보다는, 일단은 한동훈 쳐내기에 올인하려고 작심한 것처럼 보였다”고도 했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12·3 비상계엄 1년이었던 지난 12월 3일 무반응으로 계엄 1년 메시지를 대신할 것으로 점치는 기류가 우세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강성 메시지로 대신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분열이 아니라 단결이 절실한 때”라면서 계엄 사과를 거듭 촉구하는 친한계 등 당내 비판 세력을 정조준했다. 그리고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규정했다.
장 대표는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지만 “4번 타자 없는 구단이 운동장만 넓혀서는 우승을 할 수 없다. 정체성과 신념, 그리고 애국심을 갖춘 보수정치의 4번 타자가 되겠다”고 했다. 지지층 단결에 방점을 찍는 장면이었다.
결국 송언석 원내대표가 장 대표의 강성 메시지를 중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했다. 송 원내대표는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송 원내대표는 계엄 사과가 장 대표를 포함해 당 소속 의원 전원을 대표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역할 분담에 따른 ‘투트랙 전략’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내홍으로 뒤숭숭한 당의 실상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장 대표와 가까운 나경원 의원까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표현이 지나친 측면이 있지만 시기적으로 징계 권고 결정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는 목표가 있더라도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는 충고”라며 “이런 결정이 나오는 것은 당내 세력을 폭넓게 규합하지 못해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 장 대표가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치권과 당 안팎에선 장동혁 체제 지속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닥쳐오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 중에 장수 교체는 안된다”는 원칙론이 일단은 우세한 상황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TK 의원들을 비롯해 당의 주류인 영남권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낙관론이 강하다.
장 대표도 이에 편승해 분위기 교체를 시도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관론을 잠재우려 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장 대표는 소수 측근들과만 만나고 폭넓은 의사 수렴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장 대표는 4선 이상 중진 전원(18명)과 면담하는 등 수십 명의 의원들과 얼굴을 맞댄 것으로 파악됐다.
장 대표는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2026년 초부터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장 대표는 여러 자리에서 “올해 말까지 집토끼를 잡고 내년부터는 확장을 기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었다. 이 연장선에서 장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확실한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했다.
하지만 1월 위기설, 2월 위기설 등 장 대표에 대한 비관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남권 일부 의원들도 여기에 동의하고 나섰다. 비대위 체제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장수 교체 불가론’에 대해 ‘이순신론’으로 맞받아친다. 위기가 고조됐거나 큰 싸움을 앞두고는 장수를 바꾸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는 논리다.
친한계 관계자들은 한번 흔들린 장 대표의 리더십이 회복되기 어렵다고는 본다. 또한 장 대표가 변하거나 히든카드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하다. 더욱이 “장 대표를 만났지만 크게 달라진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는 얘기를 내놓은 중진 의원들도 적잖아 장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유튜브 의존에서 탈피해 레거시 언론에서 좀 더 강한 스피커를 켜야 하고 측근들을 벗어나 당내 구성원들과의 소통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면서 “장 대표가 보수정당의 골조는 확실히 지켜야 하지만 나머지 인테리어는 과감하게 재설계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고 이를 해내지 못하면 위기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병준 언론인




